제21화
상처를 받은 하수정은 얼굴을 손으로 가린 채 울먹이며 룸에서 뛰쳐나갔다.
백연은 턱을 한 손으로 괴고 흥미를 잃은 듯 질문했다.
“그 애, 너 정말 좋아하는 것 같던데? 게다가 어리숙하고 속이기 쉬워 보이던데 돈 필요하면서 왜 걔한테 안 갔어?”
부드러운 조명이 백진우의 옆얼굴을 스치며 정교한 윤곽을 드러냈다. 렌즈를 낀 그의 깊은 눈동자는 마치 빛이 얇게 고여 있는 듯 투명해 보였다.
백진우는 그녀의 스커트 주름을 다듬어주면서 말했다.
“전 그 아이랑 같이 ‘부잣집 아가씨가 가난한 남자를 사랑하는’ 그런 드라마를 찍을 시간도 없고 취미도 없어요. 그리고... 하수정보단 전 백연 씨처럼 차갑고 똑똑한 사람이 더 좋아요. 적어도 헤어질 때 서로 불필요하게 얽히는 일은 없을 것 같으니까요.”
하수정 같은 유형의 여자들은 그는 여러 번 봤다. 대놓고 ‘얼마면 되냐’라고 묻는 사람, 하룻밤 값만 주면 된다는 사람, ‘운명적 첫눈에 반했다’라며 그를 구해주겠다느니 떠들며 큰돈을 약속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모두 똑같았다. 그의 직업을 낮게 보고 신분을 깔보았으며 자신만이 ‘구원자’가 되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리숙하고 어리석고 오만했다.
게다가 그 천진한 눈동자 뒤로는 가끔 참을 수 없는 악의가 어른거렸다.
백진우에게 하수정이나 백연은 본질적으로 같은 부류였다. 그가 깊이 혐오하는 그 ‘같은 종류의 사람’이었다.
백연은 얼음 잔에 과하게 들어간 맥주를 한 모금 삼켰다. 숨을 들이쉴 때 짧은 통증이 관자놀이를 찌르고 지나갔다.
흥미가 식어 더 놀아줄 생각도 들지 않아 가방에서 두툼한 현금을 꺼냈다.
“오늘 밤, 네 보상.”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
“연락처도 줘. 관계가 정해지면, 부르면 바로 와야 해.”
백진우는 잠시 망설이더니 숫자를 불렀다. 백연은 그 번호로 검색해 나온 작은 부계정을 아무렇지 않게 추가했다.
“그리고 난 깨끗한 게 좋아. 내 옆에 있는 동안 다른 여자한텐 손도 대지 마.”
여느 때처럼 명령하는 말투였다.
“네.”
백진우는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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