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그래서 일단 백연의 주변에 들러붙는 그 역겨운 남자들은 전부 제거해야 했다. “백연 씨가 날 키워주는 사이라고 해도 겉으로는 정상적인 사이처럼 보였으면 좋겠어요. 제게 완전히 질릴 때까지는 조용히 있을게요. 질리면 알아서 떠날 거고, 매달리지도 않을게요.” 백진우는 백연의 손을 감싸 쥔 뒤 그녀의 손끝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뜨겁고 공격적인 숨결이 그녀의 피부를 타고 스며들었다. 백연은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알겠어. 하는 척은 다 하고 체면은 챙기려는 거지.” 백진우는 부정하지 않았고 꾹꾹 눌러 담은 듯한 저음이 새어 나왔다. “네, 맞아요. 그래도 이 기간 동안 저는 백연 씨 한 사람만의 것이고... 백연 씨도 제 것이어야만 해요.” 그는 이 시간을, 이 신분을... 최대한 이용할 생각이었다. 백연은 백진우의 미세한 표정을 모두 읽었다. 이 멍청한 남동생은 또 그녀의 앞에서 연기하기 시작했다. 그가 입 맞춘 손끝이 가볍게 떨리고 있자 백연은 천천히 말했다. “내가 왜 널 첫눈에 콕 집었는지 알아? 사실... 너, 내 동생을 많이 닮았거든.” 백진우은 순간 굳어졌고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심장이 세게 뛰었다. 마치 자신의 모든 위장이 꿰뚫린 듯했다. 백진우은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백연 씨, 혹시... 자기 동생을 좋아해요?” 백연의 표정이 순간 흐릿해졌다. 잔에 맺힌 물방울이 흘러내리고 그녀의 손끝은 차갑고 축축했다. 그녀는 술을 한 모금 머금었던지라 입술에는 물빛이 얇게 번졌다. “좋아하지 않아. 오히려... 아주 싫어해. 난 그 애한테 정말 못되게 굴었어. 때리고, 욕하고, 괴롭히고, 모욕하고... 너라면 어떻게 생각해? 그 애... 날 많이 미워하겠지?” 백연은 취한 듯 눈꼬리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백진우의 눈 속에는 조롱이 스쳤다. ‘미워하지 않을 리가 있나!’ ‘난 널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이 위선적인 얼굴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함께 파멸하고 싶을 정도로... 미워!’ 그런 광기 어린 생각들이 그를 끝없는 고통 속에서 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