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백진우의 요구를 들은 순간 주재현의 미간이 더 깊게 구겨졌다. 백진우는 그의 생각보다 훨씬 다루기 어려운 녀석이었다.
형의 사생아라는 존재 자체가 가문의 치부였지만 그래도 피 한 방울 섞인 조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주씨 가문은 네가 기대할 만한 곳이 아니야. 사생아 신분으로 돌아와서 얻을 건 하나도 없을 거야.”
주재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 누구도 보호해주지 않는 사생아가 그 집에 들어가면 사방에서 몰리는 건 칼날뿐이다.
“아, 그래요?”
그의 말에 백진우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일부러 잡아 늘인 말투에는 노골적인 조롱이 섞여 있었다.
“그럼 주재현 씨 조카는 병원 침대에서 천천히 죽도록 두죠. 삼촌. 그 애가 죽으면 저 같은 사생아한테도 기회가 오지 않겠어요?”
백진우는 비웃음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주재현 곁을 스쳐 지나갔다.
만남은 끝까지 싸늘하고 불쾌하게 끝이 났다.
빈자리를 바라보는 주재현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고 오랜 학대와 방치 속에서 이 조카의 정신이 이미 비뚤어지기 시작했다는 걸 그는 똑똑히 느꼈다.
주재현과 헤어진 뒤 클럽 매니저에게서 전화가 왔다. 얼른 출근하라는 독촉이었다. 이틀이나 무단결근했으니 하루만 더 결근하면 바로 해고였다.
귀가 먹먹해지는 음악과 번쩍이는 조명과 술 냄새가 뒤섞여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백진우는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며칠간의 초췌함이 본래 아름다운 외모에 금이 간 듯한 분위기를 더했다.
술을 서빙할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이 저절로 그에게 꽂혔다.
“진우야, 888번 VIP가 널 지명했어.”
매니저는 복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곳은 돈 많은 여성 고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고 남자 직원들의 외모도 하나같이 수준급이었다.
그런데 유독 이 어린 서빙에게만 집착하는 손님들이 있었다. 분명 서빙인데 호스트로 취급을 하는 것도 모자라 팁마저 웬만한 호스트들보다 더 후하게 주었다.
매니저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차라리 호스트로 일해. 그러면 더 빨리 돈 벌 텐데...”
아직 앳된 얼굴의 백진우가 조용히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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