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화
도와주는 사람도 없이 오직 백연 혼자 이곳으로 찾아왔다. 그래서인지 백진우를 구하러 왔다기보다는 죽으러 온 것처럼 보였다.
백진우는 고통을 억눌러 쉬어버린 목소리로 말했다.
“가요...”
그저 두 글자를 내뱉었을 뿐인데 목은 마치 유리에 난도질당하는 것처럼 아팠다.
지금만큼은 백연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정말로 백연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건 그가 오랫동안 바라던 일이 아니던가.
술과 약물의 마비로 백진우의 뇌는 엉망진창이 되어갔다.
백연이 오리라는 생각 못 한 것도 아니었지만... 이렇게 혼자 올 줄은 몰랐다.
평소 그 앞에서는 새침데기처럼 굴고 잘난 척하며 그를 개처럼 부려먹던 사람이 다친다면 틀림없이 서럽게 울 것이다.
그러나 백연은 자신만이 복수할 수 있다. 오직 자신만이.
백진우는 손을 들어 하수정의 치맛자락을 붙잡았다.
“하... 하수정 씨, 백연만은 놔줘요. 당신 말이라면 뭐든 들을게요.”
하수정은 내려다보며 백진우를 보았다가 다시 제멋대로 들이닥친 백연을 바라보았다.
“안 돼. 날 건드렸으니 그 대가가 어떻게 되는지 알아야지.”
그녀는 백진우의 손을 털어내며 천진한 얼굴에 잔혹한 웃음을 띄웠다.
백연도 웃었다. 그 얼굴에 담긴 사악함은 하수정과 똑같았다.
“그래요? 그 대가가 뭔지 나도 꽤 기대되네요.”
백연은 천천히 걸어왔다. 단순한 티셔츠와 바지, 화장 하나 없는 얼굴... 처음 봤을 때의 화려함과는 완전히 달랐다.
하수정은 백연의 말투에 잠깐 의아했지만 딱히 신경 쓰진 않았다. 어차피 하씨 가문은 주씨 가문과 함께 해성시의 양대 기업을 맡고 있었으니 그녀의 정체가 비밀일 리 없었던지라 그녀는 손가락을 튕기며 경호원들에게 백연부터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쿵!
그 거대한 경호원이 발길질 한 번에 나가떨어져 바닥에 처박히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다른 경호원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백연이 술병 하나를 움켜쥐었다.
쾅!
또 한 번 둘려오는 소리.
술병이 다른 경호원의 머리 위에서 산산조각이 나며 유리 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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