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화
백진우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수정 씨, 제발 넓은 아량으로 저를 이번 한 번만 살려주세요.”
그의 비굴한 어투가 하수정에게 극도의 만족감을 안겨다 주어 손가락을 까딱이며 그를 불렀다.
“그럼 이리 와서 나한테 키스해.”
경호원이 백진우를 놓아주자 그는 힘겹게 일어나 하수정에게로 몸을 기울였다.
입꼬리를 올린 하수정은 눈앞까지 다가온 거리에서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물론 그녀도 이 방법이 비열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효과만 있다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개가 말을 안 들으면 말을 들을 때까지 혼내고 훈계하는 것처럼 사람도 똑같다.
그러나 백진우와 입술을 맞출 준비를 하던 바로 그 순간 갑자기 그녀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행히 경호원이 더 빨랐고 손을 들어 백진우의 손목을 퍽 내리쳤다.
소매 속에 숨겨져 있던 접이식 칼이 바닥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날카로운 칼날이 서늘한 빛을 내자 하수정의 안색은 하얗게 질렸다.
“정말 가증스럽네.”
이내 하수정은 경호원에게 지시를 내렸다.
“계속 들이부어. 날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려줘.”
독한 술이 계속 백진우의 입으로 흘러 들어갔고 귀에서는 격렬한 기침 소리가 울렸다. 하얀 그의 피부는 알코올의 자극에 붉게 물들었다.
“잠깐. 더 재미있는 방법이 떠올랐어.”
하수정은 손을 들어 경호원의 행동을 제지하고는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이런 곳에서는 흥분 못 하던 사람도 흥분하게 만드는 약 같은 것도 있다면서? 술만 마시게 하는 건 재미가 없지.”
경호원 한 명이 그 의미를 바로 알아듣고 조용히 룸을 빠져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경호원은 다시 돌아왔다.
하수정이 보는 앞에서 하얀 가루가 술병 속으로 스르르 떨어졌다. 술병이 다시 백진우의 입에 들어가자 이번에는 아주 거칠게 저항했다.
하지만 여위고 약한 그의 몸은 갖은 운동으로 훈련된 경호원을 이길 리 없었다.
뚜둑.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들리더니 백진우의 팔이 탈골되었고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쏟아졌다.
술 반병이 백진우의 몸속으로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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