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화
긴 밤이 지나고 방 안에는 아직도 그 야릇한 기운이 아스라이 남아 있었다.
아침 햇살이 커튼 틈으로 비쳐들던 순간 핸드폰 벨 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
백진우는 눈을 뜨며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무의식적으로 관자놀이를 누르려다가 손끝이 부드러운 무언가에 닿아 순간 그의 의식이 단번에 또렷해졌다.
휙 돌아본 그곳에는 어젯밤 지쳐 쓰러졌던 여자가 여전히 곤히 잠들어 있었고 시끄러운 벨 소리가 싫은 듯 미간만 살짝 찡그려져 있었다.
희고 고운 목선과 쇄골, 그리고 드러난 피부 곳곳엔 옅은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바닥에 흩어진 옷가지들, 흐트러진 침대 시트, 공기 속 희미한 잔향까지...
모두가 지난밤의 격렬함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와 백연은... 정말로 그런 관계가 되어버린 것이다.
술과 약 기운에 휩쓸렸던 어젯밤 그의 기억은 군데군데 끊겨 있었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들은... 말로 차마 꺼낼 수 없을 정도였다.
백진우는 이마를 짚으며 머릿속을 스치는 장면들을 견딜 수 없다는 듯 눌렀다.
그는 그녀 아래에서 서러움에 젖어 울먹였고 서툰 자신은 그녀의 손에 이끌려 어떻게 마음을 건드리는지도 배워갔다.
백진우는 몸과 마음을 거의 다 쏟아부었고 백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핸드폰 벨 소리는 계속 울렸고 백진우는 흩어진 옷 사이에서 백연의 핸드폰을 찾아냈다.
모르는 번호가 뜬 화면을 본 그의 눈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핸드폰 줘.”
가느다란 팔이 그의 허리에 닿더니 잠에서 깬 백연이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다음 순간 벨 소리는 뚝 끊겼다.
“미안해요. 실수로 거절 눌렀어요.”
백진우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알 수 없는 감정이 깃든 눈빛을 보였다.
어젯밤의 온기가 아직 있었고 둘은 같은 침대에서 자연스럽게 몸을 맞대고 있었지만 정신이 돌아온 지금, 분위기는 다시 차갑게 얼어붙었다.
백연은 이불을 끌어 올려 흔적을 가린 채 천천히 앉아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동생아, 왜 그렇게 보는 거야? 어젯밤 나한테 매달릴 땐 이 눈빛 아니었는데?”
입가에 맺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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