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화
최도영은 핸들을 돌리며 운전에만 집중한 채 말했다.
“네가 뭘 알아.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커플들은 다 이렇게 서로 붙어 살거든.”
그 말을 듣는 순간 하지윤의 시선이 멍하게 흐려졌다.
그녀와 주재현이 사귈 때 두 사람의 관계는 늘 고요한 물결 같았다.
아주 가끔 잔잔한 파문 정도는 일었지만 그 이상은 나아가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한때 그런 뜨거운 연애를 하는 커플들을 부러워했었다.
하지윤이 주동적으로 주재현에게 먼저 물어본 적도 있었다.
“우리도 놀이공원 갈까? 영화도 보고.”
하지만 주재현의 대답은 단호했다.
“지윤아, 그렇게 유치하게 굴지 마.”
그 말은 하지윤을 크게 흔들어놓았다.
그때부터 그녀는 주재현이 자기를 정말 사랑하는지 아니면 그저 습관처럼 곁에 두고 있는 건지 늘 불안했다.
그의 진심을 물어볼 용기도 없었다.
그에게 고백한 것만으로도 모든 용기를 다 써버렸으니까.
결국 하지윤은 그 내적 감정 소모를 끝내기 위해 스스로 떠나기로 했다. 해외 유학을 선택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떠난 3년 동안 주변 사람들은 모두 말했다.
“주재현이 너를 기다리는 것 같아.”
“너는 주재현의 첫사랑이야.”
그런데 정작 그녀가 귀국해 돌아오기 직전에 들려온 소식은 주재현이 약혼한다는 이야기였다.
억울함과 일시적인 충동이 그녀를 예정일보다 더 빨리 돌아오게 했다.
하지윤은 몰래 주재현을 훔쳐봤고 여전히 확신할 수 없었다.
‘재현은 정말 나를 사랑한 걸까?’
3년이 지났어도 그녀는 여전히 그 질문에 갇혀 있었다.
다음 신호등에 걸렸을 때 최도영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 잠금을 풀었지만 답장을 보는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주재현 씨요.]
[그래요. 이제는 나한테 연락하지 마요.]
최도영은 핸들을 있는 힘껏 움켜쥐었다.
이제 백연에게 또 답장하면 그건 미련도 아니고 그냥 스스로 지는 꼴이었다.
한편 백연은 최도영과 틀어진 뒤, 신은아와 함께 네일샵을 나와 그대로 속옷 가게로 향했다.
온갖 디자인의 속옷들이 즐비한 매장 안에서 신은아는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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