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화
백연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고 인사했다.
“아저씨, 오랜만이에요.”
중년 남자는 바로 여주의 아빠 하진섭이었다.
오십은 훌쩍 넘었지만 관리가 잘 되어 있었고 온화하고 정직한 기품 덕에 서른몇으로 보일 정도였다.
그는 다정한 어른처럼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 두 사람의 약혼을 축하하네. 안타깝게도 네 부모님이 너의 행복한 모습을 보지 못하게 되었구나.”
하진섭은 백연을 바라보며 안타까움이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백연은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
“괜찮아요. 하늘에 계신 아빠 엄마도 제가 약혼한다는 걸 알면 분명 기뻐하실 거예요.”
과거 백씨 가문 부부와 하진섭은 꽤 가까운 사이였으나 어느 순간 이유도 모르게 갈라졌고 사업적으로도 완전히 손을 뗀 상태였다.
하진섭은 주재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연이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으니 주재현 자네가 앞으로 연이를 괴롭히기라도 한다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이어 백연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연아, 걱정하지 말거라. 앞으로 하씨 가문이 네 친정이야. 주재현이 너한테 조금이라도 못 해주면 바로 나한테 얘기해.”
공손한 태도로 주재현이 대답했다.
“그럴 일 없습니다.”
백연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관심 가져주셔서 고마워요, 아저씨.”
그녀는 잔을 들어 하진섭의 잔과 가볍게 부딪쳤다.
세 사람 사이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멀리서 바라보는 다른 손님들의 눈에는 다른 의미로 비쳤다.
한때 자신의 예비 사위였던 남자의 약혼식에 와서 축하해주는 모습을 보고 그저 하진섭의 침착함에 감탄할 뿐이었다.
한편, 연회장 한구석.
“왜 하필 저 여자야?”
백연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하수정의 목소리는 날카롭게 울렸다.
미간을 좁히며 하지윤이 소리치는 동생에게 물었다.
“왜 그래, 수정아?”
오늘은 주재현의 약혼식이었다.
전 여자 친구인 그녀는 당연히 피하는 게 맞았지만 하수정은 완강히 우기며 주재현의 약혼녀가 누군지 꼭 봐야겠다고 억지로 하지윤을 끌고 왔다.
백연의 얼굴을 본 순간 하지윤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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