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화
병실.
하지윤이 천천히 눈을 떴다.
잘려진 필름처럼 단편적인 기억들이 머릿속을 스치면서 그녀의 얼굴은 순간 핏기가 사라지고 창백하게 변했다.
“깨어났네?”
귀에 울리는 주재현의 목소리.
하지윤은 눈물이 맺힌 채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미안해... 혹시 나 때문에 약혼식 망친 건... 아니지?”
끝없는 죄책감이 그녀를 압도하며 숨조차 쉬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주재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거 네 잘못 아니야. 자책하지 마.”
하지만 하지윤은 잠시 입술을 꾹 깨물더니 입술이 창백하게 떨리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하지만...”
추측할 필요도 없었다. 오늘 같은 일이 일어났다면 그녀와 주재현의 이름은 틀림없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게 뻔했고 심지어 하씨 가문까지 연루되어 집안 사람들 모두 수치심을 감내해야 할지도 모른다.
남들은 진실 따위에는 관심 없고 그저 자기들이 원하는 이야기만 만들어낼 뿐이니까.
아마 하지윤이 한약을 챙겼던 일조차 사람들의 입에서는 그녀가 주재현에게 아직 미련을 품고 스스로 자작극을 연출했다는 식으로 왜곡될 게 틀림없었다.
하지윤은 낮게 갈라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어쨌든 이번 일은 다 내 잘못 때문에 생긴 일이야. 무엇보다 이건 재현이 너랑 백연 씨 약혼식이니까. 내가 백연 씨에게 설명하고... 사과도 하고 싶어.”
백연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주재현은 그제야 비로소 그녀에게 설명하지 않은 사실이 떠올랐고 백연의 얼굴이 자연스레 머릿속을 스쳤다.
그가 하지윤을 안고 나올 때 백연의 표정은 슬퍼 보였고 눈에는 마치 눈물이 맺혀 있는 듯 반짝였다.
주재현은 곧장 백연에게 전화를 걸었고 조수석에 내던져진 백연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백연은 최도영의 무릎에 앉아 허리는 운전대에 기대고 드레스 치마는 걷혀져 늘씬한 다리가 드러났다.
진동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눈길을 돌려 휴대폰을 슬쩍 바라보고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팔을 있는 힘껏 조수석으로 뻗었다.
“백연 씨, 집중 좀 해요.”
최도영은 싸늘한 표정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이미 백번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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