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화
그러자 최도영은 가볍게 웃으며 눈을 반쯤 가늘게 뜨더니 일부러 길게 “오...” 하고 소리를 냈다.
백연은 그런 최도영을 흘겨보며 말했다.
“최도영 씨, 표정이 너무... 음란하시네요.”
최도영은 냉장고를 뒤적이며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백연 씨, 나 아무 말 안 했어요.”
냉장고 불빛이 그의 날카로운 이목구비를 비추었고 진지하게 안의 재료들을 살피는 모습이었다.
계란, 고기, 면... 최도영은 종류별로 정성껏 골라 담았다.
그리고 최도영이 주방으로 들어가자 백연은 자연스럽게 그의 앞치마를 챙겨 매주었다.
거칠고 자유로운 모습과 달리 지금의 최도영은 묘하게 ‘남편 포스’를 풍겼다.
면을 삶는 일은 크게 요리 실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니었고 최도영은 곧 뜨거운 면 한 그릇을 들고나왔다.
잠시 후 백연은 작은 입으로 면을 떠먹었고 그러던 중 맞은편에 앉은 최도영이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더니 사진을 찍었다.
“왜 찍어요?”
백연이 젓가락을 멈췄고 최도영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여자친구한테 처음 해주는 요리인데 사진은 남겨둬야죠.”
그러자 백연은 무심하게 답했다.
“인스타에는 올리지 마세요.”
최도영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백연 씨가 그 사람과 약혼을 취소하기 전까지는 절대 먼저 뛰어들지 않을게요.”
“내 요리 어때요? 백연 씨.”
그는 ‘백연 씨’라는 말을 유독 좋아하는 듯 오늘만 해도 몇 번이나 말했다.
“좋아요.”
백연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짧게 답하고는 계속해서 면을 먹었다.
최도영은 묵묵히 그녀를 바라보았고 비록 아무 말도 없었지만 백연은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잠시 후 백연은 드디어 식사를 끝냈고 이제 최도영 차례였다.
전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알고보니 최도영은 기브 앤 테이크를 참 잘하는 사람이었다.
최도영은 빠릿빠릿하게 주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설거지를 할 때. 팔에 물방울이 맺혀 손목을 타고 흐르는 모습은 마치 작은 은빛 뱀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식사를 끝낸 백연은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었고 그러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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