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화
방 안은 숨소리조차 들릴 만큼 고요했다.
그 찰나가 길어지고 침묵 속에서 주재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 일... 미안해요.”
순간 백연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됐어요. 내가 용서할게요. 그런데... 다음부턴 오늘처럼 나 혼자 두고 사라지면 안 돼요.”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맺혀 있는 눈물이 그녀의 눈가에 위태롭게 매달렸다.
그러자 원래 말하려던 ‘파혼’이라는 말은 결국 주재현의 목구멍에서 사라졌고 대신 단 한 마디가 흘러나왔다.
“응...”
그의 옷자락을 붙들고 있던 백연의 손이 그제야 천천히 풀리더니 대신 그녀는 두 팔로 주재현의 허리를 조심스레 감싸안았다.
살짝 기대오는 가벼운 무게.
가슴에 닿는 그녀의 볼.
하지윤보다 훨씬 더 쉽게 눈물을 흘리는 그녀.
조금만 상처를 받아도 무너져버릴 것처럼 여린 소녀처럼...
백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나 오늘 정말 속상했어요. 혹시라도... 나 버릴까 봐.”
결국 주재현은 고개를 떨구고 손끝으로 그녀 눈가의 눈물을 조용히 닦아냈다.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 울어요...”
여자를 어떻게 달래야 하는지 서툴고 여자의 눈물은 늘 번거로운 일인 그에게 지금 이 순간 묘하게 마음이 불편했다.
백연은 고개를 들어 그런 그를 올려다보았다.
“여보... 키스해줘요. 그러면 안 울게요.”
주재현은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아주 가볍게 그녀의 눈가에 입을 맞췄다.
곧 짠 맛이 느껴졌고 주재현은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으로 살짝 몸을 떼려 했으나...
그 순간 백연이 그의 목을 감싸더니 입술을 덮쳤다.
아니... 깨물었다.
살을 찢는 듯한 통증.
주재현의 입안에서 피비린내가 번졌다.
주재현이 얼굴을 살짝 찡그린 사이 백연은 천천히 입술을 떼었고 주재현의 피가 묻은 그녀의 입술은 마치 잘 익은 베리처럼 짙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백연은 그 피를 혀끝으로 살짝 핥더니 반달눈으로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이번엔 진짜로 용서할게요. 여보.”
...
다음 날.
백연은 주재현과 함께 주씨 가문 본가를 찾았다.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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