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화
백연은 입술을 삐죽 내밀고 아무 말 없이 운전에 집중했다.
차창 밖.
길 양옆의 초록 나무들이 빠르게 지나가고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흩어지며 반짝이는 빛이 차 안으로 드리웠고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이 밖의 무더위와 완벽히 차단하며 달렸다.
그때 커브를 돌기 직전 백연은 갑자기 엑셀을 밟았다.
쾅!
거대한 소리와 함께 차가 모퉁이 벽에 부딪히며 앞부분이 크게 찌그러졌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백연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떨리는 입술로 주재현을 바라보았다.
“여보, 괜찮아요?”
주재현은 큰 부상은 없었지만 얼굴색이 좋지 않았다.
“괜찮아요.”
한편 뒷좌석의 하지윤은 얼굴이 창백했고 머리가 의자에 부딪혀 커다란 멍이 생겼다.
백연은 미안한 듯 웃으며 말했다.
“미안해요, 지윤 언니. 제가 차 운전이 서툴다고 말했잖아요.”
하지윤은 분노를 억누르며 입을 열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고 그대로 기절했다.
...
병원.
검진 결과 하지윤은 가벼운 뇌진탕만 있었다.
“미안해. 이번 일은 내가 백연 씨 대신 사과할게.”
주재현의 얼굴에는 복잡한 감정이 스쳐 갔다.
누구나 알다시피 이번 사고는 백연이 일부러 벌인 일이었다.
단 이틀 사이 하지윤은 벌써 두 번째 병원을 찾았다.
백연은 정말 질기게도 그녀를 괴롭혔다.
하지윤은 마음을 다잡고 담담히 주재현에게 말했다.
“괜찮아. 화내지 않을게. 지난 일 때문에 백연 씨가 나한테 적대적이라는 거 이해해.”
주재현은 잠시 그녀를 달래고 병실을 나섰다.
그 사이 백연은 복도 의자에 앉아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때 차갑고 단단한 기운의 그림자가 다가왔다.
“백연 씨, 왜 그런 짓을 한 거예요?”
주재현이었다.
그러나 백연은 고개도 들지 않고 계속 게임을 하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질투 났어요, 여보.”
가늘고 긴 손가락이 화면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당신이 지윤 언니 편을 들면 난 기분 나빠요.”
그녀는 단도직입적이었다.
자신이 불행하면 모두가 불행해야 공평하다는 논리였다.
그러자 주재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너무 위험하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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