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화
하지윤은 잠깐 숨을 고르고 다시 기대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전화한 건 말이야. 다음 주 수요일 시간 괜찮은지 물어보려고. 같이 갈래?”
그리고 이번에는 제대로 들은 주재현이 대답을 하려는 순간...
갑자기 호흡이 빨라지더니 주재현은 곧 흐려진 눈빛으로 백연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장난기 어린 눈빛과 마주친 순간 그는 백연의 손목을 잡고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움직이지 마.”
백연은 불편한 듯 손목을 돌리며 몸을 비틀었지만 도망칠 수 없었다.
“여보, 살살 해요. 아파요.”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는 숨김없이 또렷하게 그대로 하지윤 귀에까지 닿았다.
순간 하지윤은 눈이 휘둥그레졌고 자기도 모르게 입을 막았다고 곧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쏟아졌다.
그 순간 그녀가 느낀 것은 강렬한 수치심이었다.
그가 자신과 통화하면서 동시에 다른 여자와 저런 짓을 하고 있다니...
“나... 나 먼저 끊을게.”
하지윤은 떨리는 손으로 허둥지둥 전화를 끊었다.
그때 여동생 하수정이 마침 그녀의 방을 지나며 울음소리를 듣고는 문을 밀고 들어왔다.
“언니, 왜 울어?”
하수정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하지윤은 눈물을 닦으며 애써 괜찮은 척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나 하수정은 언니의 눈이 충혈된 걸 보고 목소리를 높였다.
“혹시... 재현 오빠 때문이야? 주재현이 눈이 멀었지... 그런 여자 때문에 언니를 다치게 하고...”
하지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병실에서 백연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후회한다고 말하고 주재현을 되찾고 싶다고 했던 자신...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우스운 일이었는지.
그러자 하수정은 하지윤의 어깨를 흔들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 언니는 너무 착해. 저 백연 같은 년한테는 백 배로 아프게 할 방법을 써야지.”
그 말에 하지윤은 젖은 속눈썹이 떨리며 입을 열었다.
“무슨 방법?”
하수정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냉소를 지었다.
“망가뜨리는 거.”
하지윤은 그 말에 살짝 놀랐지만 하수정은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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