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시어머니가 알게 되자 엄마는 그 자리에서 나와 연을 끊으려 했다.
“네 시어머니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네가 어떻게 이런 짓을 해?”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간 뒤 사람들은 나를 미친 여자라고 욕했다.
절망의 끝에 선 나는 결국 손목을 그었고, 다시 눈을 떴을 땐 엄마가 꽃병을 깨뜨려놓고 나를 모함하던 그때로 돌아가 있었다.
...
햇살이 눈 부신 가운데 장은화의 분노 어린 추궁이 귀에 맴돌았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조심스럽게 엄마를 바라보았다.
“엄마, 엄마가 던진 건데 왜 내가 던졌다고 하는 거예요?”
말이 끝나자마자 경악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엄마의 낯빛이 시퍼렇게 변했다.
엄마는 목소리를 낮추고 이를 갈며 위협했다.
“이 망할 것이, 한마디만 더 헛소리해 봐! 또 맞고 싶어서 이러지? 집에 가서 네 입을 찢어버려야겠어!”
나는 엄마의 눈이 불안과 분노로 핏발이 선 모습을 노려보았다.
바로 이 눈이었다. 지난 생에 내가 온 세상의 비난을 받고 바닥에 무릎 꿇은 채 애원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단 한 번도 동정심이 스친 적이 없었던 눈동자.
나는 온몸의 힘을 다해 엄마가 내 입을 막고 있던 손을 꽉 물었다.
엄마는 아파서 비명을 지르며 무의식적으로 손을 뗐다.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가장 순진하고 처참한 울음소리로 마당에 있는 모두에게 외쳤다.
“아주머니, 죄송하지만 꽃병은 제가 깨뜨린 게 아니라 엄마가 던진 거예요! 아주머니가 새로 산 드레스를 보고 자기 거보다 예쁘니까 화가 난 거예요. 마당도 우리 집보다 크다면서 보기만 해도 짜증 난다고 했어요. 그러고는 꽃병을 들어서 내던진 거예요. 엄마, 왜 거짓말해요? 선생님이 잘못한 건 인정해야 한다고, 거짓말하는 건 착한 아이가 아니라고 하셨어요. 계속 이러면 난 엄마 싫어할 거예요!”
나는 일부러 가장 순진하고 앳된 말투로 엄마의 그 음흉한 질투심을 낱낱이 폭로한 뒤 유치한 논리로 그녀에게 ‘나쁜 아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여섯 살짜리 아이가 목이 터지라 울부짖는 모습은 마치 횡포를 부리는 엄마에게 겁먹었지만 여전히 ‘이치’를 따지려는 불쌍한 존재 그 자체였다.
이어지는 전개는 지난 생과 같았지만 나는 전략을 바꿨다.
더 이상 울면서 부인만 하지 않고 엄마의 과거 ‘전과'를 논리정연하게 열거해 이웃들의 마음을 돌렸다.
경멸의 시선 속에서 엄마는 저축한 돈을 모두 털어 배상하고 허둥지둥 나를 집으로 끌고 갔다.
집에 돌아오자 엄마는 바닥에 주저앉아 공허한 눈빛으로 멍하니 있었다.
엄마가 나를 때릴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았다.
그저 천장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왜... 왜 저 사람들은 큰 집에 살고 나는 허름한 집에서 살아야 해... 왜...”
나는 엄마가 왜 조울증을 앓게 되었는지 알았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아들딸을 차별하며 모든 지원과 사랑을 삼촌에게 쏟았고 엄마는 집안의 큰딸로서 어릴 때부터 희생양이 되었다.
부모님께 맞서지 못한 그 억눌린 증오는 모든 아름다운 것을 파괴하려는 욕망으로 뒤틀렸다.
지난 생에 나는 그녀를 미워했다. 왜 미친 사람이 되어서 나까지 끌어들이는지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지금, 엄마의 충혈된 눈을 보며 문득 깨달았다.
엄마의 병은 태어난 집안 때문에 생긴 것이고 증오에는 이유가 있었다.
억울함은 원인을 찾아 풀어야 하고 빚진 사람은 찾아가 줬던 걸 받아내야 했다.
병의 근원이 아들을 편애하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그리고 특권을 누리는 삼촌에게 있다면 엄마를 미치게 만든 모든 것을 파괴해 버리는 수밖에.
나는 다가가 엄마에게 물 한 잔을 건네며 살며시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엄마, 화내지 마세요.”
나지막이 속삭였다.
“이제부터 이웃집 꽃병은 깨뜨리지 마요. 그 사람들은 잘못한 게 없잖아요. 잘못한 건 엄마 등골 빼먹은 사람이지.”
멍하니 있던 엄마의 흐릿한 눈동자에 희미한 빛이 스쳤다.
외삼촌 아들의 돌잔치가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