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외삼촌의 이름은 유근호,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애지중지 키운 자식이자 엄마의 청춘과 피땀을 집어먹고 자란 ‘성공 인사’였다.
돌잔치 날, 장소는 엄청나게 화려했다.
호텔은 시내에서 가장 호화로운 5성급이었고 잔치에는 테이블을 무려 50개나 마련했다.
외할아버지는 특별히 짙은 와인색 한복을 차려입고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띤 채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했다.
외할머니는 아직 젖을 떼지 않은 통통한 손자를 안고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웃으며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를 건넸다.
“아이고, 우리 큰손자 참 복스럽네. 앞으로 큰 사람이 되겠어.”
엄마는 낡아서 색이 바랜 외투를 입고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이곳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나도 마찬가지로 몸에 맞지 않는 허름한 옷을 입은 채 손에 형식적으로 건넨 봉투가 있었는데 안에는 구겨진 천 원짜리 지폐 두 장뿐이었다.
나는 엄마 곁에 앉아 무대 위에서 모두에게 둘러싸인 외삼촌을 바라보았다가 광대처럼 초라해 보이는 엄마를 돌아보았다.
나는 궁금했다. 반평생을 억눌러온 그 분노가 과연 어떤 불꽃을 피울지.
돌잔치가 한창일 무렵 사회자가 과장된 어투로 외쳤다.
“자, 이제 우리의 주인공 선남선녀 부부가 사랑스러운 아기를 위해 케이크를 자를 차례입니다!”
세 층으로 쌓인 거대한 케이크가 무대로 밀려왔다. 케이크 위에는 정교한 초콜릿과 과일들이 장식되어 있었다.
바로 그때, 외숙모의 아니꼬운 절친이 술잔을 들고 우리가 있는 구석 테이블을 지나갔다.
그녀는 엄마를 흘끗 쳐다보고 나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입을 가리며 웃었다.
“어머, 근호 씨 불쌍한 누나 아니에요? 어떻게 이런 차림으로 잔치에 왔어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구걸하러 온 줄 알겠네. 아이도 멍청해 보이는 게 뻣뻣한 나무토막 같네요.”
나는 엄마의 온몸이 팽팽하게 긴장하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폭풍우가 몰아치기 직전의 징조였다.
나는 살며시 엄마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우리 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화내지 마요. 화내면 몸만 상해요. 챙겨주는 사람도 없는데 치료비라도 아껴야죠.”
엄마가 고개를 돌렸다. 충혈된 눈에 절망적인 광기가 스쳤다.
“나연아.”
그녀가 중얼거렸다.
“엄마가 정말 쓸모없는 사람이야?”
“쓸모없는 건 엄마가 아니라 저 사람들이죠.”
내가 차갑게 말했다.
“엄마, 저 케이크 좀 봐요. 저게 천만 원이에요. 엄마가 5년 동안 모아야 겨우 마련할 수 있는 금액이잖아요. 그런데 저 사람들은 아직 말도 못 하는 애 장난감 사려고 저만큼 돈을 써요. 이게 공평하다고 생각해요?”
그 말은 마치 뜨거운 기름 한 방울이 엄마의 이미 불타오르는 심장에 툭 떨어진 듯했다.
“불공평해... 불공평해! 왜, 대체 왜!”
엄마의 숨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그럼 가져와요.”
나는 무대를 응시하며 가볍게 말했다.
“엄마 걸 돌려받아야죠.”
엄마는 굳은 몸으로 일어서서 사람들 틈을 헤치고 무대를 향해 곧장 걸어갔다.
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엄마는 갑자기 두 손을 뻗어 온몸의 힘을 다해 그 거대한 케이크를 세게 밀었다.
쾅!
천둥 같은 굉음이 울리면서 3층짜리 정교한 케이크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장내는 순간적으로 정적에 휩싸였다.
외삼촌의 웃던 얼굴은 굳어지고 품에 안긴 아기는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렸다.
외숙모는 비명을 질렀다.
“꺅, 세상에! 이... 이건 누가 이런 거야?”
엄마는 엉망진창이 된 가운데 서서 손이 아직도 살짝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이내 엄마의 비통한 울부짖음이 연회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세상에, 나연아! 너...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니!”
엄마는 나를 힘껏 끌어당겨 케이크 잔해 더미 앞으로 데려가더니 땅을 가리키면서 눈물을 흘리고 가슴을 치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이 재수 없는 것, 네 동생이 복이 많다고 질투하는 거니? 네가 외삼촌의 체면을 완전히 구겼잖아. 이렇게 중요한 자리에서 케이크를 쓰러뜨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