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화
지난 몇 년간 해외에서 온갖 풍파를 겪어온 주은호에게 박아윤의 미인계는 낯설지 않은 수법이었다.
게다가 그가 한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이 매장은 물론 쇼핑몰 전체를 통틀어도 어머니가 마음에 들어 할 만한 가방은 단 하나, 바로 이 가방뿐이었다.
그가 신사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게 아니었다. 다만 이 가방은 원래 그가 먼저 눈여겨본 것이었고 귀국 후 처음으로 어머니께 드리는 선물이었기에 반드시 마음에 드실 만한 거로 고르려는 것이었다.
“그런가요?”
박아윤은 고개를 숙이며 머리를 굴렸다. 주은호가 이렇게 넘어오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오늘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가방을 손에 넣어야 했다.
잠시 후, 그녀는 또 다른 계략을 떠올렸다.
“이렇게 멋지고 훌륭한 아들이 있으니 어머님께서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실 거예요. 하지만 제 어머니는 그렇게 운이 좋지 않으세요.”
말을 잇던 박아윤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눈가를 붉혔다. 금세 눈물이 맺히자 그 모습은 가련하기 그지없었다.
직원은 결제를 제쳐두고 서둘러 휴지를 뽑아 건넸다.
“아가씨, 울지 마세요. 무슨 일이든 대화로 해결할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
박아윤은 휴지를 받아 눈물을 훔치는 척하며 흐느꼈다.
“죄송해요, 실례했네요. 사실 별일은 아니고요. 어머니께서 큰 병을 앓고 계셔서 치료가 쉽지 않아요. 몇 년간 유명한 의사들을 찾아다녔지만 결국 고치지 못했습니다. 며칠 전부터 우울해하시길래 뭔가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좋아하시는 걸 드리면 조금이라도 기뻐하시지 않을까 해서요. 어머니는 예전부터 이 브랜드 가방을 가장 좋아하셨거든요.”
직원은 이미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주은호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차분히 입을 열었다.
“아가씨, 어머님의 사정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순탄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저도 이렇게 화려해 보이지만 사실 겉모습일 뿐입니다.”
그는 한층 슬픈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우리 집은 형편이 좋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몇 년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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