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화
안나는 그 자리에 한참 서 있다가 고개를 저었다.
‘역시 박아윤 씨는 너무 차갑고 무정해. 이번 기회에 루시를 한 번쯤은 용서해 주면 자연스럽게 회사 속에 녹아들 수 있을 텐데... 왜 그걸 거부하는 걸까.’
박아윤은 집에 돌아오자 곧장 흔들의자에 몸을 기대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딸 왔구나.”
유선영이 소리도 없이 다가와 뜨거운 차를 건네주었다.
“네. 엄마, 그런데 물은 왜 직접 드세요? 아직 시력이 회복 중이라 앞이 잘 보이지 않으실 텐데요. 혹시라도 손이 데면 어쩌려고요?”
박아윤이 걱정스레 묻자 유선영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아직 해도 밝고 방 안에 불도 켜져 있잖니. 차 따르는 정도는 괜찮아.”
박아윤은 장난스럽게 어머니의 손을 잡아끌었다.
“엄마, 이리 와서 앉으세요.”
두 사람은 모두 키가 크고 날씬했지만 한 의자에 나란히 앉아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회사 생활은 괜찮니?”
유선영이 박아윤의 볼을 어루만지며 물었다.
“처음이니까 힘든 점이 많을 거야. 필요하면 혼자만 떠안지 말고 도와 달라고 해.”
박아윤은 엄마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최근 일을 떠올렸다.
“일은 잘 풀리고 있어요. 다만 갑자기 큰오빠가 대단하다고 느껴졌어요.”
자신은 고작 한 회사를 책임지는 것뿐인데도 민우희의 도움까지 받고 나서야 겨우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박정우는 수년간 수많은 회사를 혼자서 이끌어 왔으니 그 압박이 얼마나 컸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유선영은 담담히 말했다.
“네 오빠는 어릴 때부터 이런 일에 관심이 많았어. 능력이 큰 만큼 책임도 따르는 거지. 걔는 이미 익숙해졌어. 아윤아, 넌 단 한 가지만 기억하면 돼. 어떤 일이 있더라도 엄마, 그리고 우리 박씨 가문은 항상 네 편이 될 거야.”
사랑이 가득 담긴 목소리에 박아윤의 가슴은 벅차올랐다.
“네. 알아요.”
유선영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레 물었다.
“네가 큰오빠한테 임씨 가문의 일은 더 이상 따지지 않겠다고 했어?”
임씨 가문이 입에 오르자 박아윤의 표정이 단번에 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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