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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민재하가 연화 대학교를 떠났다는 소식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틀도 채 지나지 않아 그 이야기는 학교 게시판과 커뮤니티를 달궜고 결국 송하린이 있는 무용학과에도 전해졌다. 쉬는 시간, 몇몇 여학생들이 모여 앉아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렸다. “진짜로 떠난 거야? 그 하린이 찾아오던 엄청 잘생긴 남자?” “명단에 이름 떴다던데 가짜겠어? 북미 쪽 명문대래.” “와... 이렇게 갑자기? 얼마 전까진...” “쉿, 조용히 해!” 그 순간 교실 문이 열렸다. 송하린이 들어서는 걸 본 아이들은 서둘러 입을 다물었다. 여러 시선이 조심스레 그녀를 향했다. 그 속에는 호기심, 탐색, 그리고 희미한 연민이 섞여 있었다. 송하린의 걸음이 아주 잠시 멈췄다. 그러나 곧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자신의 자리로 걸어가 앉았다. 책장을 넘기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고 종이 모서리에 작은 주름이 생겼다. 그녀의 일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수업을 듣고, 연습하고 공연을 준비했다. 단지 가끔 은행나무길을 지날 때면 무의식적으로 그가 서 있던 자리를 바라보곤 했다. 하지만 그곳엔 이제 아무도 없었다. ... 또 한 번의 동아리 합동 리허설이 끝났다. 사람들이 짐을 챙겨 하나둘 나갔다. 송하린은 습관처럼 조금 늦게 움직였다. 연습실엔 어느새 두 사람만 남아 있었다. 창문을 점검하던 고윤성과 그녀였다. “이제 다 됐다, 가자.” 고윤성이 마지막 창문을 잠그고 뒤돌았다. 두 사람은 나란히 캠퍼스 산책로를 걸었다. 따스한 가로등 아래, 짧은 정적이 흘렀다. 그 고요를 깬 건 고윤성이었다. “하린아.” “응?” 송하린이 고개를 돌렸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잠시 말을 고르듯 숨을 고르더니 입을 열었다. “나 하고 싶은 말이 있어.” 그의 목소리에는 평소와는 사뭇 다른 무게가 실려 있었다. “나... 너한테 친구 이상의 마음이 있는 것 같아.” 송하린의 심장이 순간적으로 멎은 듯했다. 가방끈을 쥔 손이 서서히 굳었다. 무엇인가 말해야 할 것 같았지만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고윤성이 다시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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