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민재하는 송하린의 기숙사 건물 아래, 언제나 그늘을 드리우던 익숙한 나무 아래 서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따스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창문을 바라보았다.
그 불빛 너머에 그녀가 있었다.
사지의 감각은 점점 굳어가고 손끝마저 차가워졌지만 심장만은 살아 있음을 증명하듯 고통스럽게 뛰고 있었다.
그는 수없이 그녀를 화나게 했던 날들과 그때마다 이렇게 비를 맞으며 기다리던 자신을 떠올렸다.
그땐 아무리 화가 나도 송하린은 결국 마음이 약해져 눈가를 붉히며 내려와 주곤 했다.
그가 품에 꼭 끌어안으면 모든 게 다시 처음처럼 돌아왔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이른 아침, 우산을 쓴 학생들이 그 앞을 지나가며 힐끔거렸다. 호기심, 연민, 그리고 빠르게 멀어지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비는 점점 세차게 쏟아졌고 그의 몸은 완전히 젖어 있었다.
차가움에 몸이 떨리고 얼굴은 열로 붉게 달아올랐다.
의식이 아득해질 즈음 문이 열렸다.
그러나 나온 이는 송하린이 아닌 그녀의 룸메이트였다.
그녀는 젖은 그의 머리와 어깨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다가왔다. 그의 머리 위로 마른 우산 하나가 조용히 펼쳐졌다.
“재하 씨, 이제 돌아가요. 하린이가 전해달래요. 더 이상... 찾아오지 말아 달라고요.”
그 한마디가 떨어지는 순간, 민재하는 무언가에 세게 얻어맞은 듯 비틀거렸다.
그제야 그는 깨달았다.
이별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되었으며 그녀는 진심으로 자신을 떠난 것이라는 것을.
비를 맞으며 자신을 걱정하던 송하린, 조금만 웃게 해주면 금세 눈물 대신 미소를 지어주던 그녀는 그의 이기심과 반복된 상처 속에서 이미 사라져 버린 지 오래였다.
그는 우산을 받았지만 펴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축축한 발로 천천히 그 자리를 떠났다.
...
민재하는 이틀 동안 열과 두통 속에서 깨어났다 잠들기를 반복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사람, 송하린의 모습만이 떠올랐다.
함께 웃던 순간들, 뜨겁게 다투던 날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를 낯선 사람 보듯 바라보던 그녀의 냉정한 눈빛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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