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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연화 대학교의 연례 무용 경연대회는 학교에서도 손꼽히는 큰 행사였다. 그날, 강당 안은 빈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송하린이 출연한 작품은 현대무용 독무의 제목은 〈탈피〉였다. 무대의 모든 조명이 꺼지고 단 하나의 빛줄기만이 그녀를 비췄다. 검은 의상을 입은 그녀는 음악의 첫 음과 함께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부드럽지만 단단했고 고요하지만 그 안에는 강렬한 의지가 느껴졌다. 음악이 절정을 향해 치닫자 그녀의 움직임도 점점 격렬해졌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고, 또 뛰어오르는 동작이 반복됐다. 그리고 마지막 그녀는 온몸을 젖히며 아름답고도 아픈 정지 동작으로 무대를 마무리했다. 조명이 다시 켜지자 강당은 숨을 죽였다. 그리고 곧 폭발적인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송하린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몸을 세웠다. 무대 중앙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는 그녀의 얼굴엔 벅참과 여운이 교차했다. 앞줄 왼편, 고윤성이 있었다. 그는 누구보다 우렁차게 손뼉을 치고 있었다. 그의 눈빛엔 감탄과 존경 그리고 끝내 드러내지 못한 감정이 조용히 일렁이고 있었다. 그리고 강당의 가장 뒤편, 어둠이 드리운 그림자 속에도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민재하였다. 그는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댄 채 무대 위의 송하린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그는 예전에 송하린의 춤을 본 적이 있었다. 자신의 생일날, 그리고 상을 받던 날 그녀는 오직 그 한 사람만을 위해 춤을 췄었다. 그때, 송하린의 눈빛과 호흡, 모든 감정의 결이 모두 자신에게 닿아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눈은 세상을 향해 열려 있었고 그 안에는 자유와 자신감이 빛났다. 강당을 가득 메운 박수와 환호 속에서 그녀는 더 이상 ‘누군가의 송하린’이 아니었다. 그저 무대 위에서 가장 찬란히 빛나는 존재였다. 그녀의 눈에 깃든 평온함,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는 고윤성의 따뜻한 시선과 존경... 그 모든 것이 민재하의 가슴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그제야 민재하는 뼈저리게 깨달았다. 한때 마음의 전부였던 그 소녀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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