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3화

퇴원 후, 반에서는 졸업 파티가 열렸다. 송하린은 원래 가기 싫었지만 친구들의 끈질긴 설득에 결국 참석하게 되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그녀의 시선은 민재하와 오유나가 나란히 앉은 곳에 멈췄다. 오유나가 웃으며 포크에 꽂은 과일 조각을 그의 입에 가져다 댔고 그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먹었다. 주변 친구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송하린 쪽으로 다가왔다. 목소리를 낮추며 묻는 이도 있었다. “하린아, 무슨 일이야? 너랑 재하 또 싸웠어?” 송하린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싸운 게 아니라 헤어졌어.” “뭐? 헤어졌다고?!” 주변이 순식간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왜? 재하가 너한테 얼마나 잘했는데!” “그러니까! 고3 때 네가 아파서 입원했을 때 담임한테 병가 내달라고 거의 싸움까지 했잖아!” “명절이나 기념일마다 너한테 해주던 이벤트들... 그거 보고 우리 다 부러워했는데.” “다들 교복에서 웨딩드레스까지 이어질 커플이라고 다들 말했는데 왜 졸업하는 지금 왜 헤어져?” 친구들의 말에 송하린의 가슴이 시큼하게 저려왔다. 마치 얕은 불길에 닿은 듯 은근히 타오르는 통증이었다. 그래, 그는 한때 정말 좋았다. 너무 좋아서 평생 함께할 거라 믿었을 정도로. 하지만 바로 그 ‘좋았던 기억’이 지금의 차가운 무관심과 노골적인 편애를 더욱 잔혹하게 만들었다. 송하린은 잠시 침묵했다가 잔잔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안 맞으면 헤어지는 거지. 서로 없어서 못 사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그녀의 시선이 멀리 민재하와 오유나에게로 향했다. 그는 막 오유나의 잔에 음료를 따라주고 있었다. “지금 둘이 잘 지내잖아.” 마침 그 한마디를 들은 민재하가 손이 멈췄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송하린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 속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 그날 밤 내내 민재하는 마치 일부러라도 그러는 듯 오유나에게 더 다정하게 굴었다. 음식도 챙겨주고 컵을 대신 들어주며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은근히 기대했다. 송하린이 질투하고 불쾌해하고 결국 참지 못해 다가오기를.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그저 구석 자리에 조용히 앉아 옆의 친구들과 몇 마디 주고받을 뿐이었다. 표정에도, 눈빛에도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 모습은 마치 민재하가 이 세상에서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라도 되는 듯했다. 그 완전한 무시와 냉정함이 오히려 민재하의 가슴을 이상하게 죄어왔다. 이유 모를 초조함이 천천히, 그의 가슴속을 파고들었다. 그는 무심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가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오유나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녀는 살짝 발끝을 세워 그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대더니 무언가를 조용히 속삭였다. 순간, 민재하의 걸음이 멈췄다. 표정이 어두워지고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드리워졌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는 결국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잠시 후, 누군가가 진실게임을 하자며 분위기를 띄웠다. 몇 차례가 지나고 오유나가 벌칙에 걸렸다. 뽑힌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현장에 있는 남자 중 키가 가장 큰 사람과 3분간 키스하기.] 오유나의 얼굴에 붉은 기가 스쳤지만 그 눈빛은 은근한 도발로 번뜩였다. 그녀는 주저함 없이 민재하 앞으로 걸어갔다. 주변에서 작은 탄식이 터졌다. “이건 좀... 아니지 않냐? 하린이도 보고 있는데...” 오유나는 그 말을 듣고 일부러 송하린을 향해 입꼬리를 올렸다. “하린아, 너랑 재하 이미 헤어졌잖아? 그럼 내가 게임 때문에 키스하는 거 신경 안 써도 되지?” 바로 옆에서 오유나의 친구 김지영이 거들었다. “이미 전 여자 친구인데 뭘! 재하가 누구랑 키스하든 상관없잖아?” 순간, 모든 시선이 송하린을 향했다. 민재하의 시선도 그들 사이에 머물렀다. 그 눈빛에는 어딘가 확인하듯 한 조급함이 스쳐 지나갔다. 송하린은 고개를 숙였다. 긴 속눈썹이 눈 속의 모든 감정을 가려버렸다. “그래... 나랑 상관없어.” 단 한마디로, 두 사람 사이에는 명확한 선이 그어졌다. 그 순간 민재하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눈동자 속에는 분노와 거부당한 듯한 거친 기운이 소용돌이쳤다. 그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더니 오유나의 허리를 거칠게 끌어안았다. 그리고 사람들의 놀란 숨소리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그녀에게 키스를 갈겼다. “읍...” 룸 안에는 억눌린 숨소리와 놀라움이 뒤섞인 짧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다 곧 정적이 내려앉았다. 송하린은 두 사람이 조명 아래서 서로를 놓지 못한 채 깊게 키스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똑똑히 보았다. 오유나의 손이 민재하의 목으로 올라가는 순간, 그녀의 심장은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세게 움켜쥐어진 듯 미칠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그녀는 손바닥을 꽉 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드는 통증으로 겨우 정신을 붙잡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 지독히 길었던 키스가 마침내 끝났다. 김지영은 일부러 목소리를 높이며 물었다. “야, 민재하. 우리 유나랑 키스하니까 어때? 누구보다 훨씬 낫지?” 민재하의 시선이 창백해진 송하린을 스쳐 지나갔다. 그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그리고 그 틈새로 잔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비교할 가치도 없어, 유나가 완승이야.”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