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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한수혁은 깊게 숨을 내쉬며 억지로 화를 삼키고는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꺼냈다. “지은아, 이제 화 풀고 문 좀 열어.” 그러나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목소리를 한층 낮추어 애써서 달래보았지만 돌아오는 건 여전히 침묵뿐이었다. 시간이 흘러도 반응이 없자 그의 인내심도 서서히 바닥을 드러냈다. “너 이러다가 외할머니가 깨어나면 어쩌려고 그래?” 그제야 침묵을 지키던 최지은이 입을 열었다. “마음대로 해.” 어쩌면 그녀는 애초부터 그 상황을 원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짜증이 치밀어 올랐지만 한수혁은 소리를 지를 수 없었다. 겉으로 보기엔 최지은의 외할머니가 그를 아끼는 듯했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이면 단 한 번도 그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만약 지금 소란을 피운다면 노여움을 살 사람은 결국 자신일 게 분명했다. 몇 해 전 회사 문제와 어머니 일로 최지은과 크게 다툰 적이 있었다. 그때도 홧김에 집을 나온 그녀가 이곳으로 들어왔고 한수혁은 며칠을 애써도 달래지 못해 결국 외할머니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평소 온화하기만 하던 외할머니가 그날만큼은 냉정했다. “지은이는 네 아내가 아니라 네 여자 친구일 뿐이야. 어디에 있든 누구와 지내든, 네가 관여할 일이 아니지.” 그 말은 곧 최지은의 선택을 존중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결국 갈등은 한수혁이 물러서는 쪽으로 마무리되었고 회사도 그녀의 뜻에 따라 운영되었다. 심지어 그의 어머니조차 아들을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다며 고향으로 내려가 버렸다. 그날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가운데 한수혁은 무려 반 시간 넘게 침실 문 앞에 서서 나직하게 속삭이며 그녀를 달래보았지만 끝내 최지은은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지쳐버린 그는 마침내 체념한 듯 거실 소파에 몸을 기댔다. 낡고 좁은 소파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고 한밤중에는 빗방울까지 떨어져 공기는 한층 싸늘해졌다. 그는 몸을 웅크린 채 밤을 지새웠고 결국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아침이 되어 최지은이 거실로 나왔을 때 한수혁은 여전히 소파에 누워 있었다. 한수혁은 기운이 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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