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화
최지은은 모든 문을 잠근 뒤 다시 침대에 누웠다.
아마도 한수혁이 떠난 탓일까, 이번에는 오랜만에 깊이 잠들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최지은은 간단히 아침을 차려 먹으며 휴대폰으로 도성의 최신 경제 뉴스를 훑어보고 있었다.
그때,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휴대폰을 쥔 그녀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비록 이름은 뜨지 않았지만 이 번호만큼은 너무나 익숙했다.
이마를 찌푸린 채 숫자를 오래 바라보다가 벨 소리가 끊기기 직전에 통화 버튼을 눌렀다.
거의 7년 만에 듣는 목소리.
낯설면서도 어쩐지 익숙한 저음이 수화기 너머로 흘러나왔다.
“지은아, 아빠다. 출장 가는 길에 운성에 들렀는데 네가 곧 결혼한다는 얘기를 들었어. 그래서 한번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 지금 시간 괜찮아? 아빠랑 잠깐 얼굴 좀 볼 수 있겠니?”
최지은은 미간을 찌푸렸다. 차갑던 눈빛에 미묘한 기류가 스쳤다.
“주소 불러요.”
상대방은 곧바로 한 장소를 불러주었다.
시간을 확인한 그녀는 강도윤과 약속까지 아직 두 시간이 남아 있음을 확인했다.
최지은은 전화를 끊은 후, 더는 식욕이 없어 간단히 준비를 마친 뒤 밖으로 나섰다.
최동해가 알려준 장소는 운성에서도 손꼽히는 고급 호텔이었다.
호텔에 들어선 그녀는 이름을 대고 안내를 받아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
의자에 앉아 있는 남성은 편안한 옷차림이었지만, 한눈에 명품으로 무장한 티가 났다.
세월이 흘렀음에도 크게 변한 게 없어 보였다. 여전히 짙은 흑발을 유지했고 그 몸에는 세월만이 빚어낼 수 있는 고상한 기품이 더해져 있었다.
최동해의 앞 테이블 위에는 금빛 카드 한 장이 놓여 있었다.
그녀가 다가가자 그는 손짓으로 자리를 권했다.
“앉아.”
최지은이 묵묵히 자리에 앉자 그는 곧장 카드를 그녀 앞으로 밀어냈다.
“아빠가 네 결혼 준비에 쓰라고 챙긴 예물이야.”
‘이런 좋은 일이 있을 리가 없지.’
최지은은 시선을 내리깔고 카드를 흘깃 본 뒤, 곧바로 다시 밀어 돌려보냈다.
어머니가 최씨 집안을 떠날 때 단 한 푼도 받지 않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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