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최지은은 난처해하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눈빛에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지만 곧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살짝 두드리며 정신을 다잡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그제야 최지은은 자신이 기대고 있던 기둥에도 운동 중인 작은 사람 형상들이 새겨져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순간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그녀는 황급히 발걸음을 재촉했다.
사방 가득 걸려 있던 원초적인 인간의 육체 예술은 도무지 두 눈 뜨고 감상할 자신이 없었다.
붉어진 얼굴로 호텔 밖을 나서자 강도윤의 운전기사가 이미 차를 정차해 두고 있었다.
그녀를 발견한 기사가 미소를 띠며 다가와 손짓했다.
강도윤은 이미 차 안에 타고 있었다.
차창 밖 가로등 불빛이 그의 얼굴을 비춰 절반은 빛에 드러나고 절반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잘생긴 그의 모습은 이로 인해 신비로움까지 더해졌다.
아까 그녀가 구겨놓은 셔츠의 단추 두 개는 풀려 있었고 검은색 셔츠는 은은한 어둠 속에서 더 고급스럽게 빛났다.
손목에 찬 시계마저 귀티 나는 빛을 발하고 있었다.
최지은은 순간 주저했다.
기사는 공손하게 기다리다 그녀가 움직이지 않자 차 안을 흘끔 보곤 다시 말했다.
“타시죠.”
최지은은 정중히 거절했다.
“감사하지만 운전하고 와서 따로 가겠습니다.”
그녀의 거절에도 기사는 문을 닫지 않고 오히려 차 안의 주인을 향해 시선을 보냈다.
강도윤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타요.”
단호하고 거절을 허락하지 않는 어조였다.
최지은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몸을 굽혀 차에 올랐다.
그녀는 언제나 상황을 읽는 데 능했다. 이런 사소한 문제로 괜히 권세 있는 사람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는 없었다.
차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해 보니 웨딩드레스 숍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
그제야 그녀는 연락을 깜빡한 걸 떠올렸다.
“안녕하세요, 저희 직원이 오늘 약속대로 공원성으로 웨딩드레스를 가져갔는데 그곳이 지금 공사 중이더군요. 주소 변경이 안 돼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혹시 드레스를 어디로 보내드리면 될까요? 지금 바로 보내드리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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