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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한수혁은 무대 아래 모든 사람의 시선이 자신들을 향해 쏟아지는 걸 보며 굳은 얼굴로 채서희의 팔을 거칠게 잡아끌어 단상 아래로 끌어 내렸다. 하객들의 수군거림은 점점 더 커져갔고 모두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어리둥절해했다. 채서희는 갑작스럽게 끌려 내려오며 정성 들여 만진 헤어스타일이 흐트러졌고 중심을 겨우 잡은 그녀는 불만 가득한 얼굴로 한수혁을 바라보며 외쳤다. “수혁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하객들이 다 보고 있잖아! 엄마는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거야. 지은이가 어떤 성격인지 몰라서 그래? 이 정도 안 해두면 나중엔 네가 그애한테 휘둘리기만 할걸.” 눈동자가 붉게 물든 한수혁은 참을 수 없이 치미는 화에 온몸이 떨렸다. 그의 그런 모습을 본 채서희는 다급히 말을 이어갔다. “진성준이 지은이한테 실질적으로 해를 가한 건 없고 그냥 사진 몇 장 찍은 거라더라. 그걸로 약점 하나 쥐고 있는 거야. 엄마는 다 널 위해서 한 거야. 지은이 약점 하나 잡지 못하면 너는 걔 앞에서 숨죽이고 살아야 해. 지은이를 놓치기 싫으면 이 방법밖에 없어. 안 그러면 서연이 일이 들통났을 때 지은이가 널 가만두겠어?” 한수혁은 이를 악물고 참으며 주먹을 불끈 쥐더니 그대로 벽에 쾅 내리쳤다. 채서희는 그 소리에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잠시 후 그가 겨우 감정을 가라앉힌 것을 확인한 채서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조심스레 계약서를 건넸다. “수혁아, 지은이가 단상에 올라오면 이 계약서 건네. 반드시 사인하게 해야 해. 절대 거절할 일은 없을 거야.” 한수혁은 인상을 찌푸리며 예식장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문틈 사이로 급히 도착한 듯한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이제 막 메이크업을 마치고 도착한 신부는 아까 채서희가 단상에서 한 말은 듣지 못한 듯했다. 한수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계약서를 손에 쥔 채 다시 천천히 단상 위로 걸음을 옮겼다. 검은색 실크 드레스를 입은 최지은은 2층 발코니 끝에 서서 아래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차분히 내려다보고 있었고 입가엔 싸늘한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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