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3화
그것은 그의 울먹임과 후회와 미련이었다.
그날 밤 심은우는 잘생기고 성숙하며 언제나 자신감 넘치는 세민 그룹의 대표도, 막무가내인 데다가 제멋대로인 심씨 가문의 도련님도 아니었다.
그는 그저 약속을 어겼다가 사랑하는 소녀를 잃어버린 소년일 뿐이었다.
심은우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었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고, 심장이라도 꺼내서 그녀에게 앞으로는 절대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거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밤은 아주 길었고 심은우는 윤지현과 함께한 추억들을 끊임없이 되새겼다.
그는 처음 윤지현과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윤지현은 그때 교복을 입고 있었고 머리를 높이 묶고 있었다. 목은 아주 가늘고 길었고 손바닥만 한 작은 얼굴은 반짝반짝 빛났다. 마치 도도하고 아름다운 백조 같았다. 윤지현이 그에게 눈길을 준 순간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 심은우는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걸 느꼈다.
그는 그녀와의 첫 키스를 떠올렸다. 심은우는 몰래 그녀에게 입을 맞췄고 그 뒤로 윤지현은 며칠간 그를 무시했다. 윤지현은 그를 볼 때마다 얼굴을 붉히면서 그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
수많은 추억들이 물밀듯이 밀려왔고 심은우는 그대로 추억에 잠겼다. 추억이 아름다울수록 그는 더 괴로워졌다. 그들은 인생에서 가장 반짝이는 순간을 서로에게 주었다. 심은우는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와 여생을 함께해야 했다. 그리고 그럴 수 있었다.
밤은 아주 짧았다.
곧 날이 밝을 텐데 심은우는 탐욕스럽게도 그녀의 곁에 조금 더 오래 있고 싶었다. 시간을 멈출 수만 있다면 영원히 이 밤에 머무르고 싶었다.
새벽.
날이 천천히 밝기 시작할 때쯤 심은우는 떠났다.
조용히 눈을 뜬 윤지현은 고개를 돌려 그의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사실 그녀는 줄곧 잠들지 않았다.
그날 밤 심은우가 발코니에서 구서희의 전화를 받고 방에서 나갔을 때,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윤지현은 그 순간 마지막 한 줄기 기대마저 완전히 사라지는 걸 느꼈다.
윤지현은 이번에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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