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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희고 늘씬한 손가락이 책을 누르고 있었다. 조도현은 눈빛이 어두워진 채 생각에 잠긴 얼굴을 했다. 진성주는 약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면서 한숨을 쉬었다. “이젠 늙어서 없던 병도 생기겠네.” ... 다음 날 아침, 윤지현은 고유진과 함께 7시에 출발했다. 안전을 위해 고유진은 이제 막 방학한, 체대를 다니는 남동생을 불러왔다. 윤지현은 키만 크지, 아직도 앳돼 보이는 고유진의 남동생을 보고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고유진을 바라보았다. ‘돈 많은 누나 두 명이 어린 남자를 데리고 즐기러 다니는 것으로 보이는 게 걱정되지도 않아?’ “안전이 제일 중요하지.” 고유진은 윤지현의 속내를 눈치챈 듯이 말했다. 윤지현은 잠깐 고민했지만 이내 수긍했다. 이번에 그들은 산속으로 들어가거나 시골에 가야 했기에 여자 두 명이 가면 안전하지 않았다. 비록 동생이 아직 어리긴 했지만 그래도 꽤 위압감이 있어서 조금 안심이 되었다. “알겠어.” 윤지현은 동생에게 차 키를 건네면서 자애롭게 웃어 보였다. “은호야, 돌아오면 선물 사줄게. 원하는 건 뭐든 골라.” 고은호는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말했다. “지현 누나, 그러지 않으셔도 돼요.” 고유진은 고은호를 발로 툭 찼다. “가서 지현이 대신 짐이나 싣고 운전이나 해.” 말을 마친 뒤 고유진은 선글라스를 쓰고 먼저 뒷좌석에 앉았고, 고은호는 윤지현의 짐을 챙기러 갔다. 주차장 입구에는 장을 보고 돌아온 진성주가 차를 타고 안으로 들어오다가 윤지현이 젊고 잘생긴 남자와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는 걸 목격했다. ‘지현 씨가 연애를 하는 걸까? 게다가... 아주 어려 보여!’ 진성주는 그들의 차가 떠나는 걸 확인한 뒤 차에서 내렸다. 위층으로 돌아왔을 때 손태호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진성주가 수심 어린 표정으로 돌아오자 손태호는 저도 모르게 물었다. “왜 그러세요? 주식이 잘 안된 거예요?”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진성주는 미간을 찌푸리며 장바구니를 내려놓더니 그의 옆에 앉아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지현 씨에게 남자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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