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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구형준이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왔다. 어제 그는 술자리가 있어서 굉장히 피곤했는데, 전화를 받은 뒤 사람을 데리고 반진까지 달려와서 어머니가 보석으로 풀려나게 도와주었다. 그녀가 경찰에게 잡힌 이유를 들었을 때 구형준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살인? 과수원에 시체를 묻어둬? 게다가 어머니가 공범이라고?’ 5년 전 구형준은 해외에서 유학 중이었고 집에서 있었던 일들을 알지 못했다. 아무도 그 일을 언급한 적이 없었다. 구서희가 오냐오냐 자라서 제멋대로라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심은우 때문에 미친 짓도 서슴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게 다일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가 고1 때 사람을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들으니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얘기해 봐. 그 남학생과 관련된 일, 진짜야?” 구형준은 병상 옆으로 걸어갔다. 그의 준수한 얼굴에서 피로와 억눌린 분노가 보였다. 병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한재영은 감히 아들의 눈을 바라보지 못했다. 구서희는 입을 비죽이면서 켕기는 게 있는 표정으로 시선을 내려뜨렸다. 구서희와 한재영의 반응을 본 구형준은 뭔가를 깨달았다. “세상에...” 눈앞이 아찔해진 구형준은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무력한 기분이 들어 헛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구서희는 코웃음을 치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고 실수로 그런 거야. 걔가 내 말을 듣지 않는 걸 어떡해? 만약 얌전히 내 말을 들었다면 나도...” 짝! 구형준은 구서희의 뺨을 힘껏 때렸다. “사람이 죽었어. 사람이 죽었다고! 이게 애들 장난인 줄 알아? 그동안 네가 제멋대로 행동하고 막무가내로 굴어서 문제를 일으킨 탓에 수많은 사람들이 네 뒤치다꺼리를 해왔어. 그런데 이젠 엄마까지 끌어들여? 살인 사건 공범도 감옥에 가야 해. 너는 네 엄마가 이 나이에 너랑 같이 감옥에 갔으면 좋겠어?” 구서희는 뺨을 맞자 억울한지 눈물을 글썽였다. “오빠, 지금 날 때린 거야?” 구형준은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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