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6화

그러자 모든 사람은 잠시 멍해져서 할 말을 잃었다. 누군가는 웃음을 참았고 누군가는 이미 피식 터뜨렸고 누군가는 아이처럼 꾹꾹 참으려 애썼다. 그리고 그중 한 사람은 당장이라도 사람을 잡을 기세였다. 차화영의 검은 눈동자는 마치 서늘한 바람이 부는 지옥의 입구 같았다. 그녀는 방지혁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방금 뭐라고 했죠?” 방지혁은 시선을 피하지 않고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대표님 휴대폰이 익숙하지 않아서요. 방금 제대로 누른 줄 알았는데... 죄송해요. 아니면 다시 한번 울어주실 수 있을까요?” 그러자 차화영은 다시 할 말을 잃었다. 조도현이 이마를 살짝 찌푸리며 방지혁을 나무랐다. “모르면 나한테 물어보면 되잖아. 어찌 다시 울어달라고 말할 수 있는 거야? 겨우겨우 감정 잡아서 그렇게 완벽하게 울었는데 한 번 더 한다고 같은 감정이 나오겠어?” 방지혁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조도현은 어이없다는 듯 이마를 눌렀고 차화영에게 말했다. “이 친구가 가끔 좀 둔해요. 혹시 괜찮으시면... 한 번만 더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워낙 실력이 뛰어나시니까 충분히 해내실 거라고 믿어요.” 윤지현이 곁에서 한마디 했다. “사모님은 무슨 배우도 아니고 그렇게 쉽게 눈물이 나올 리가 없겠죠.” 그러자 누군가가 슬쩍 브로치를 건넸다. “아니면... 이걸로 몇 번 찔러볼까요?” 뒤를 돌아보니 노정아가 자신의 브로치를 풀어내며 천진난만하게 내밀었다. “울 수 없으면 좀 아프게 찔러주면 울 수 있지 않겠어?” 그러자 윤지현도 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조도현은 그 브로치를 받아 차화영에게 내밀었다. “수고스러우시겠지만 한 번만 더 부탁드릴게요.” 차화영은 그 브로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고 받지도 않고 얼굴에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무리 연기가 뛰어나도 계속 이렇게 감정을 끌어낼 수는 없었다. 이미 무릎 꿇고 울었던 장면 하나만으로도 마지막 에너지가 다 빠져나간 기분이었다. “조 대표님, 너무하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