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5화

예의 바르면서도 강압적인 말투에 유현주와 이정민은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 윤지현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었다. 그리고 조도현의 동생들은 조도현만큼의 압박감을 줄 수 없었다. 조씨 가문의 장손이자 조씨 가문의 후계자인 조도현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조씨 가문에서 조도현의 지위를 뒤흔들 수 있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 탓에 조도현의 말에 아무도 반박하지 못했다. 앞으로 조도현이 틀어쥘 권력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사실 조도현이라면 차화영에게 무릎을 꿇기 싫으면 그냥 꺼지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말한대도 차화영은 조도현을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조도현은 그러지 않고 교양 넘치는 말투로 정중하게 이치까지 설명해 주었다. ‘역시 권력이 짱이지.’ 분위기는 또 한 번 얼어붙었다. 이정민은 분위기를 풀기 위해 입을 열려다가 유현주의 매서운 눈빛에 겁을 먹고 뒤로 물러났다. 유현주는 지금 중재해 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았다. 오늘 차화영은 무릎을 꿇고 싶지 않아도 꿇어야 했다. “그래요.” 차화영은 조심스럽게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괜찮아요. 무릎 꿇을게요. 두 집안이 화목해질 수만 있다면 저는 공기 취급을 당해도 좋아요.” 차화영은 그렇게 말하면서 법당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치 죽으러 가는 사람처럼 말이다. 윤지현은 속으로 혀를 찼다. ‘정말 만만치 않네. 연기 하나는 기가 막히게 한다니까.’ 법당 안에 있던 강혜경은 차화영이 안으로 들어오자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황급히 밖으로 도망치다가 실수로 앞에서 구경하고 있던 조은수와 부딪쳤다. “어머, 아줌마. 왜 갑자기 달리고 그러세요?” 뒤에 있던 고유진이 강혜경을 잡으며 말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구경하고 가세요.” 고유진은 강혜경이 뭘 두려워하는 건지 알면서 일부러 그녀를 안으로 끌어당겼다. 심은우가 그런 강혜경을 구해줬다. 그는 언짢은 얼굴로 고유진을 바라보면서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유진 씨는 지현이 친구인데 설득해야 하지 않겠어요? 본인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