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4화

단단히 화가 나 있던 노정아는 그 말을 듣고 윤지현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시선을 내려뜨리며 애처로운 표정을 짓던 차화영의 눈동자에 서늘한 한기가 스쳐 지나갔다. “참 좋은 생각이에요. 만약 아주머니께서 계속해 차화영 씨를 몰아세운다면 양가 어르신께서 아주머니를 나무라실 테니까요.” 윤지현은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한없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 차화영 씨에게 기회를 한 번 주시는 게 좋겠어요. 하지만...” 윤지현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차화영을 바라보았다. “차화영 씨가 유씨 가문 어르신께만 사죄하고 조씨 가문 어르신께는 사죄하지 않는다면 양가 사이가 틀어질 수도 있겠어요. 이렇게 하는 건 어때요? 아주머니께서 영상을 녹화해서 가져가는 거예요. 불상 앞에 무릎 꿇고 참회하며 사죄한다면 효과가 더 좋겠어요. 양가의 갈등을 한 번에 풀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화들짝 놀랐다. 불상 앞에 무릎을 꿇고 참회하라니. 그들은 뜻밖의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다들 속으로 생각했다. ‘새언니 진짜 너무 멋지다.’ ‘역시 우리 지현이야. 우리 지현이는 당한 건 무조건 배로 갚아주는 성격이라고.’ ‘윤 비서님은 아름다운데 멋지기까지 하네.’ ‘대단하다. 차화영 씨를 저렇게 몰아붙이다니.’ ‘우리 지현이는 어렸을 때부터 말싸움에서 져본 적이 없다고. 그러게 왜 건드려?’ ‘사찰인데 이제 제발 그만 좀 싸웠으면.’ ... 조도현 일행은 즐거운 마음으로 구경했고 유씨 가문 사람들은 분위기가 매우 가라앉아 있었다. 강혜경은 심은우를 꼭 붙잡고 죽은 듯이 법당 안에 있었고 법당 안의 사람들은 그만 싸우라고 외치고만 싶었다. 물론 그것들은 구경꾼들의 생각이었고 주인공들 간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었다. 차화영은 몰래 이를 악물었다. 노정아는 미간을 폈다. 체증이 가신 듯 속이 후련하기까지 했다. 솔직히 처음엔 윤지현의 말을 듣고 미간을 한껏 찡그렸지만 뒷말을 들으니 기분이 점점 나아졌다. 조도현의 얼굴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