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4화
윤지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불안한 건 아니고 너무 감사해서 좀 부담스러워서요.”
고유진이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네, 할머니는 정말 친절한 분이세요. 팥죽도 보내주시고 밥도 초대하시니 저희가 죄송할 정도예요.”
“괜찮아요. 어르신이 사람들 오는 걸 정말 좋아하세요. 유 도련님도 오실 때마다 꼭 식사 초대를 하시거든요. 어르신들은 외로움을 많이 타시니 내일 같이 얘기도 나누시고 즐겁게 지내면 될 거예요. 너무 죄송해하실 필요 없어요.”
이해숙이 다시 웃으며 말하자 서로를 바라본 윤지현과 고유진은 초대를 받아들였다.
이해숙이 그렇게 말한 이상 더는 거절하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지금 이 집에 얹혀 지내는 처지에 좋은 대접까지 받고 있다. 이해숙의 말을 들어보면 이미 박희경에게 승낙한 상태인 것 같았기에 계속 거절하면 불편한 분위기가 될 것 같았다.
밤이 되자 윤지현과 고유진은 상의한 뒤 방지혁에게 주변을 잘 감시하라고 말했다.
마음이 어두워서가 아니라 경계 태세는 늦춰선 안 될 것 같았다.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만약에라도 돌발 상황이 생길 때 당황해하지 않도록 나쁜 경우도 대비해야 했다.
한밤중, 방지혁은 소리 없이 사라졌다.
윤지현과 고유진은 방문을 잠그고 커튼도 꼭 닫았다.
밤은 낮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침대에 누우니 각종 벌레 소리, 새 소리, 그리고 이상한 고양이 울음소리가 점점 더 크게 확대되어 잠을 이루지 못했다.
...
같은 시간, 유씨 저택.
서재에 있는 유치훈은 잠긴 서랍에서 방금 도착한 유전자 검사 결과서를 꺼냈다.
지금까지 참고 있다가 이제야 열어본 것이다.
봉투를 뜯고 안에서 보고서를 꺼낸 유치훈은 마지막 페이지를 펼쳐 결론을 본 순간 기대와 불안, 흥분으로 가득 찼던 마음이 멈춰 버렸다.
[혈연관계 없음.]
‘혈연관계가 없다니... 없다니... 없다...’
마음이 진정되자 실망감에 휩싸인 유치훈은 더욱 늙어 보였다. 한동안 멍하니 있던 그는 무력하게 뒤로 기댔다.
‘아, 정말 내 헛된 상상이었구나.’
윤지현은 그의 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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