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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7화

이정민이 말했다. “맞아, 내가 쓸데없이 신경을 너무 썼나 봐.” 말은 이렇게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조금 초조해했다. 만약 잘못 보지 않았다면 방금 그 여자는 지난번 조씨 가문과 함께 산에 기도를 드리러 갔던 그 여자다. 이름은 모르지만 조씨 가문의 큰아들 조도현과 꽤 친밀한 사이인 것 같았고 조씨 가문 사모님도 그녀를 매우 좋아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조도현은 바로 이정민이 딸을 위해 점찍어 둔 사람이었다. 유다정이 차를 주차한 뒤 모녀는 차에서 내렸다. 이정민이 먼저 들어가자 뒤따르던 유다정은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아래로 내려가는 몇 사람을 바라보았다. 윤지현의 지나치게 아름다운 얼굴을 보며 살짝 눈을 가늘게 떴다. 이내 불쾌한 시선을 감지한 방지혁은 눈살을 찌푸리며 응시한 뒤 몸으로 윤지현을 가렸다. 그러고는 눈빛으로 말했다. ‘뭘 그렇게 보고 있어!’  이해숙과 함께 걸어가던 고유진 역시 걸음을 멈춘 유다정을 보았다. 상대방의 시선이 친절한지 아닌지 알 수 없었지만 태도는 매우 거만해 보였다. “아주머니, 저분은 누구예요?” 고유진이 물었다. “어르신의 셋째 며느리와 손녀예요. 자주 오는데 할머니가 많이 좋아하는 편이죠.” 이해숙은 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아, 손녀분이시군요.” 고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윤지현은 전혀 묻지 않았다. 사실 윤지현은 성격이 온화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어느 정도 냉담한 면이 있었다. 예를 들어 박희경이 자신을 좋아한다면 그녀 역시 같은 마음으로 대하겠지만 좋아하지 않는다 해도 개의치 않고 더 이상 접촉하지 않을 것이다. 할머니의 며느리나 손녀 같은 사람들은 더욱 관심이 없었다. 몇 사람은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산길을 내려와 아래의 집으로 돌아왔다. 호박이 열린 초록색 덩굴 벽을 지나던 윤지현은 열린 호박을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 “아주머니, 하나 따도 될까요?” “물론이죠. 따세요.” 이해숙이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허락을 받은 윤지현은 크고 둥근 호박 하나 골라 따서 손에 들고 놀았다. “조금 있으면 큰 호박을 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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