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7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눈을 감고 속으로 되뇌었다. ‘대답하지 마, 대답하지 마... 들리지 않아, 나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 전부 환상이야... 환상...’ 하지만 그 환상은 아무리 스스로 주문을 걸어도 사라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점점 더 심해졌다. 처음에는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지만 점점 선명해지며 마치 진짜처럼 느껴졌다. 발소리도 들리고 빛도 보였다. 그러면서 점점 더 현실처럼 다가왔다. ‘끝장났어...’ 윤지현은 자신이 네 번째 희생자가 될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곧 자신만의 미친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다. 조도현은 아무 대답이 없자 빠른 걸음으로 묘지를 가로질렀다. 유하민과 그가 데려온 사람들도 각자 앞으로 나아가며 추적했다. 두 여자가 집을 나선 지 오래되지 않은 데다 밤이라 멀리 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이 근처에 왔을 때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듣고 급히 달려왔지만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이상하네...’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물처럼 넓게 퍼져 앞으로 추적했지만 여전히 아무런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조도현은 다시 묘지로 돌아왔다. 오늘 밤 다들 ‘중독’ 상태라 일반적인 사고로 판단할 수 없었다. 따라잡지 못한 건 앞에 없기 때문일 수 있고 대답이 없는 건 듣지 못한 게 아니라 대답하지 않으려는 것일 수 있었다. 돌아온 후 조도현은 소리를 지르지 않았고 손전등을 가장 희미하게 켠 뒤 발걸음을 가볍게 옮기며 사람이 숨을 만한 곳을 찾아다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무덤 뒤에서 돌을 꼭 안은 채 눈을 감고 차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윤지현을 발견했다. 윤지현을 놀라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해 조도현은 조용히 웅크려 앉아 잠시 기다렸다가 천천히 말했다. “지현아, 깨어나. 우리 집에 가자.” 윤지현의 속눈썹이 떨렸다. 하지만 윤지현은 듣지 못한 척했다. ‘들리지 않아!’ 윤지현이 자신을 무시하자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낸 조도현은 그녀가 꼭 안고 있는 돌을 보고 말했다. “지현아, 이 돌 왜 안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