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0화

집중해서 듣고 있던 조도현은 다 듣고 난 뒤 살짝 웃으며 박아영의 말뜻을 차분한 어조로 다시 물었다. “형수님은 사람 구하러 왔을 뿐이고 그런 말들은 그냥 입씨름으로 윤 비서를 겁주려는 것뿐이었으며 집사와는 절대로 한패가 아니라는 말인가요?” 박아영은 조도현이 웃으며 말하고 또 표정도 그다지 엄숙하지 않은 것을 보고는 마음이 놓였다. ‘조도현은 역시 나를 믿는구나.’ 박아영은 확신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나와 윤 비서 사이에 원한도 없는데 내가 왜 윤 비서를 해치겠어요?” 이때 가만히 있던 윤지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제가 느끼기엔 방금 사모님께서 하신 말들은 겁주는 것 같지 않았어요. 차화영 씨 이야기까지 꺼내시던데 꽤 많은 걸 아시나 봐요.” 박아영은 즉시 반박했다. “여러분 사이의 일을 제가 안다 한들 뭐가 문제라도 되나요? 같은 연성 출신으로 차화영에 관한 소식을 아는 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죠?” 확실히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재벌가 사모님들이 한자리에 모여 애프터눈 티를 마시면 엄청난 비밀들이 쏟아져 나오기 마련이었다. 어떤 재벌가 사모님이 외국에서 남자 모델을 만난다든가, 침대에서 어떤 자세를 취했다든가, 그들은 마치 누군가 직접 본 것처럼 이야기하곤 했다. 윤지현은 어느 정도 알아차린 듯한 얼굴로 말했다. “아, 그러니까 사모님은 차화영 씨의 팬이었군요. 차화영 씨의 정보를 수집하면서 사인은 받아왔나요?” 박아영은 맥이 탁 끊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뭐라고!” 조도현은 담담한 얼굴로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윤 비서가 뭔가 이의가 있는 모양이네요. 윤 비서가 형수님을 믿지 않네요.” 박아영은 두 팔을 앞으로 포갠 뒤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렸다. “윤 비서가 안 믿는다니 어쩔 수 없죠. 하지만 나는 정말로 돈을 들고 사람 구하러 왔어요. 게다가 이마도 다쳤고요.” 박아영은 앞머리를 걷어 젖히고 자신의 이마를 조도현에게 보여주었다. 상처는 진짜였지만 박아영이 한 말은 글쎄... 거짓일 수도 있었다. 증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