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7화

“괜찮아요. 저 배불러요. 이제 막 나가려던 참이에요.” “나랑 같이 좀 더 가서 앉아 있어, 갑자기 연성에 오니까 네가 아닌 줄 알았어.” “저 괜찮...” 윤지현은 다시 한번 거절했지만 노정아와 조은별의 ‘설득’에 ‘억지로’ 다시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는 억울한 척하는 조도현을 노려보았다. ‘개자식!’ 세 번째로 다시 않은 윤지현은 강현숙과 최향란이 너무 놀라 할말을 잃은 것을 보았다. 사실 윤지현은 이 자리에서 그 누구보다도 도망치고 싶었다. “정아야 너... 너...” 최향란이 말을 더듬었다. 노씨 가문은 윤 비서 같은 가정 배경의 사람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노정아가 윤지현을 이렇게 대하니 미쳤거나 뭔가 미신에 홀린 거라고 생각했다. 강현숙도 표정이 엄격했다. 노정아도 상황을 짐작한 듯 이내 분위기 파악을 한 뒤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전화에서 말하려고 했는데 윤 비서는 도현이 여자친구예요, 원래 이번에 나도 지현이 소개시켜 주려고 했는데 회사에서 갑자기 출장을 가라고 하는 바람에 지현이가 출장을 갔더라고요. 그래서 전화에서 윤 비서 언급할 때 깜짝 놀랐어요.” 조은별도 한마디 했다. “맞아요. 오빠는 언니가 바닷가 섬에 출장 중이라고 했어요. 할머니는 오빠가 여자를 데리고 연성에 왔다고 하니까 나는 오빠가 바람을 피운 줄 알았고요.” 듣고 있던 윤지현은 그야말로 말문이 막혔다. 조도현이 가볍게 동생의 머리를 때리며 말했다. “너는 그 입이 문제야.” 살짝 화가 난 조은별은 조도현을 향해 코를 찡그린 뒤 고개를 홱 돌려 그를 무시해 버렸다. 조도현의 거짓말 때문에 가족들이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모른다. 그러니까 왜 사람을 속이냐 말이다. 강현숙은 딸 노정아가 윤지현을 매우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다 조도현과의 교제도 허락한 모습을 보고 살짝 멍해졌다. 혹시 본인이 조씨 가문의 일에 너무 간섭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방금 윤지현이 말한 가정 배경도 지어낸 걸까? 분위기는 조금 전보다 더 복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