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화
생각에 잠겨 있던 나는 갑자기 안쪽에서 유은수가 전화를 받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금세 분주해진 기척에 호기심이 생겨 안으로 들어가 보니 부엌에서 유은수가 허둥지둥거리고 있었다.
“이모님, 무슨 일이에요?”
“아이고, 박 대표님의 위장병이 갑자기 도졌대요. 지금은 병원에 있고요. 임 비서가 전화해서는 좀 담백한 음식을 해 보내달라고 하네요.”
유은수는 분주히 손을 놀리며 중얼거렸다.
“박 대표님의 위장병은 오래전부터 생긴 고질병 같아요. 일만 몰두하면 제대로 식사도 안 하시니, 자극만 받아도 바로 도지죠.”
내 마음은 철렁 내려앉았다. 전에 병원에 입원했을 때 창백한 얼굴로 누워 있던 박진섭의 모습이 떠올랐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다음에 제가 직접 병원에 가져다드리면 되죠.”
“아가씨가 가져다준다고요? 괜찮겠어요?”
“그럼요. 박진섭 씨에게 그렇게 큰 도움을 받았는데, 일주일 동안 집에서 빈둥거리기만 했잖아요. 이렇게라도 조금 도우면 제 마음의 빚이 좀 줄어들 것 같아요.”
유은수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알았어요. 다 되면 보온 용기에 담아줄 테니까, 가져가서 너무 뜨겁지 않게 식혀서 드시게 하면 돼요.”
“네.”
나는 유은수를 도와 음식을 준비했고 유은수는 정성스럽게 포장하며 몇 가지 주의 사항을 당부했다. 그리고 운전기사를 불러 내가 병원에 갈 수 있도록 차를 준비해 주었다.
병원에 도착해 유은수가 알려준 병실 번호를 찾아갔다. 노크하려 손을 들려는 순간, 안에서 들려온 박진섭의 다소 힘없는 목소리가 내 동작을 멈추게 했다.
“강씨 가문 쪽엔 무슨 움직임이 있어?”
“없습니다. 강유나는 재판 이틀 전에 해외로 보내졌습니다.”
‘재판?’
노크하려던 손이 무의식적으로 내려갔고 나는 문 옆에 서서 안의 대화를 엿들었다.
임준호가 계속해서 말했다.
“보아하니 이번 일은 강유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같습니다. 우리가 알아낸 단서에 따르면 그 살인범은 강유나를 알고 있었고 강유나를 광적으로 숭배하는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강유나의 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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