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2화
나는 사람들 사이로 송시후가 거의 술잔을 떨어뜨릴 뻔한 모습을 보았다. 송시후의 눈동자는 크게 흔들리더니 곧바로 대화를 중단하고 내 쪽으로 다급하게 쫓아왔다.
송시후가 나를 보고 반응할 거라고 예상은 했다. 오늘 일부러 예전의 내 모습과 닮아 보이도록 화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큰 반응이 나올 줄은 몰랐다. 순간 머릿속 계획을 바꾼 나는 곧바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뒤에서 송시후의 거친 숨소리와 발걸음이 다급하게 따라붙었다.
나는 연회장 밖의 작은 정원으로 뛰어나와 자갈길 위에 섰다. 곧 그의 발소리도 멈추었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서 있는 송시후를 돌아보며 환하게 웃었다.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시죠?”
송시후의 눈빛은 마치 구멍을 뚫을 듯 나를 꿰뚫어 보았다.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의 눈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저기요? 어디서 많이 뵌 것 같네요, 우리 회사 대표님 닮으셨어요.”
한참 만에야 송시후는 목소리를 되찾은 듯 물었다.
“당신은 누구죠?”
“저요? 저는 강연아라고 해요. 그쪽은요?”
“이름이 어떻게 된다고요?”
“‘인연’할 때 연, ‘아름답다’할 때 아, 강연아예요.”
송시후는 내 대답을 듣고서야 눈에 띄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동시에 아주 미묘하게 스쳐 가는 실망의 기운이 그의 눈가에 번졌다. 나는 그 작은 감정을 못 본 척하며 활짝 웃었다.
“아직 성함을 말씀 안 하셨잖아요? 왜 저를 쫓아오신 거예요?”
송시후는 대답하지 않고 돌아서려 했다. 나는 재빨리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가 뿌리치려는 순간, 나는 마치 놀란 듯 외쳤다.
“아, 혹시 송 대표님 맞으시죠? 이제 생각났어요! 어쩐지 낯이 익더라고요. 회사 홈페이지에서 본 적 있어요!”
송시후는 멈춰서서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우리 회사 사람이에요?”
“네, 올해 막 들어온 인턴이에요. 송 대표님께서 저를 못 보신 건 당연하죠. 이런 자리에서 뵐 줄은 몰랐어요.”
“회사 인턴이 여기까지 어떻게 들어온 거죠?”
“삼촌이 초대장을 받으셨는데 바쁘셔서 저더러 대신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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