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3화
나는 박진섭 앞까지 걸어갔다가 잠시 망설인 뒤,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위는 좀 괜찮아졌어? 이모님 말로는 오랫동안 제때 밥을 안 챙겨 먹어서 위가 많이 안 좋아졌다고 하던데.”
박진섭은 고개를 들어 나를 한 번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난 괜찮아.”
그는 더 이상 이 주제를 이어갈 생각이 없는 듯 곧장 물었다.
“오늘 송시후 봤어?”
“봤어. 게다가 송시후의 반응은 내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컸어. 아마 곧 소식이 올 거야.”
박진섭은 내 말을 듣고 나서 줄곧 내 얼굴을 응시했다. 눈빛은 어두워 읽기 힘들었고 한참 후에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낮게 이어 말했다.
“앞으로는 굳이 그런 식으로 화장하지 마. 넌 강지연이 아니야. 네 모습 그대로면 돼.”
나는 무심코 손을 들어 얼굴을 만지며 물었다.
“오늘 내 화장에 흠이 있었나? 많이 안 닮았어?”
“닮고 안 닮고의 문제가 아니야. 아무 의미가 없어. 가서 지워.”
박진섭은 눈길을 피했다. 마치 지금의 내 얼굴을 제대로 마주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는 몸을 앞으로 숙이며 장난스럽게 다가갔다.
“박진섭 씨, 어디가 안 닮았는지 직접 좀 봐줘.”
그러자 박진섭은 벌떡 일어서더니 얼굴을 굳힌 채 낮게 호통쳤다.
“어서 씻어!”
나는 소파에 앉아 그의 갑작스러운 분노를 바라보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더는 장난칠 기분이 없어진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위층으로 올라가 화장을 지우고 옷까지 갈아입은 뒤에야 내려왔다. 그러나 거실에는 이미 박진섭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다음 날, 나는 송시후의 회사로 출근했다.
강연아는 대학에서 회계를 전공했기 때문에 재무부서로 배정되어 인턴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기억을 더듬으며 출근 카드를 찍고 자리에 앉았다.
막 앉자마자 옆자리 동료가 몸을 기울이며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말을 걸어왔다.
“강연아 씨, 요 며칠 어디 갔다 왔어요? 연락도 하나 없고. 팀장님이 강연아 씨 휴가 냈다던데. 있잖아요, 어제 오후에 우리 부서장님이 직접 와서 강연아 씨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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