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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강민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금세 표정을 추스르고 내게 물었다. “그냥 어딘가 낯이 익어서요.” “낯이 익다고요?” 나는 강민수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못마땅하다는 듯 말했다. “연세도 있어 보이시고 겉보기엔 점잖아 보이시는데 그런 핑계로 여자한테 접근하세요? 흥.” 내가 막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강민수가 한발 다가서며 다시 불렀다. 고개를 돌리자 강민수가 잠시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수작을 거는 게 아니라 그쪽이 제 딸을 많이 닮아서요.” “딸이요?” “그래요. 제 딸은...” 강민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뒤에서 강유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엄마가 찾으셔요. 여기서 뭐 하세요?” 강유나는 능청스럽게 강민수의 팔짱을 끼며 철없는 막내딸처럼 굴었다. 남 앞에서 거만하고 날카롭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이런 변신이야말로 강유나의 특기였고 그래서 내가 강지연이었을 때는 강유나의 그림자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강지연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니 그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를 발견한 강유나는 잠시 굳더니 차갑게 물었다. “여기서 뭐 해요?” 강민수가 곧장 되물었다. “아는 분이야?” 나는 강유나를 한 번 훑어본 뒤 강민수에게 물었다. “방금 말씀하신 따님이 강유나 씨였어요? 죄송하지만 저랑 전혀 닮은 데가 없는데요.” 그 말에 강유나의 얼굴빛이 확 달라졌으며 강민수는 서둘러 해명했다. “방금 말한 건 또 다른 딸이에요.” “다른 따님이요?” 나는 일부러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 팬한테 살해당했다는 강지연 씨 말씀이군요. 그런데 저한테 죽은 따님을 닮았다고 말씀하시는 건 예의가 좀 아니신 것 같은데요.” 강유나는 급히 강민수의 팔을 끌어당겼다. “아빠, 저 여자랑 더 얘기할 필요 없어요. 어서 엄마한테 가요. 엄마가 기다리고 계세요.” “강유나 씨, 왜 이렇게 급히 가려는 거죠?” 나는 슬며시 웃으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마침 이렇게 뵌 김에 몇 마디 드리고 싶은데요. 지금 옆에 계신 따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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