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7화

거기까지 들은 나는 가슴속이 싸늘해졌으며 곧 그들의 대화가 계속 들려왔다. “그 조카딸이라는 게 사실은 친딸 아닐까?” 나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아 조건 반사적으로 강주언을 바라봤다. 강주언의 얼굴은 이미 싸늘하게 굳어 있었고 온몸에서 무서운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나는 급히 강주언의 팔을 붙잡았다. “외삼촌!” “놔!” 강주언은 거칠게 내 손을 뿌리쳤고 나는 옆 기둥에 부딪혀 비틀거리며 겨우 몸을 추슬렀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강주언은 이미 성큼성큼 그쪽 무리에게 다가가는 중이었다. 나는 팔의 통증도 잊은 채 서둘러 뒤따랐다. 잡담을 나누던 사람들은 강주언이 다가오자 황급히 뒷걸음질 치며 피하려 했지만 곧 강주언의 목소리가 낮게 울려 퍼졌다. “거기 서!” 그 소리는 천둥 같은 위력이 있었으며 나는 분노에 휩싸인 강주언의 눈빛을 보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얘기를 들었는데 화가 안 나면 그게 더 이상하겠지. 아예 말릴 마음조차 사라진 나는 일이 너무 커지면 구설에 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슬쩍 두 발짝 정도 물러나 혹시 누가 몰래 사진이라도 찍는 건 아닌지 주위를 살폈다. 놀란 여자 몇 명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멈췄고 얼굴빛은 하나같이 좋지 않았다. 그중 그나마 신분 있어 보이는 한 명이 억지로 웃으며 나섰다. “강주언 씨, 그냥 해 본 말이었어요. 아무 뜻도 없었는데 이렇게까지 하실 건...” “그냥 하는 말?” 강주언은 차갑게 비웃었다. “당신들이 입술 몇 번 움직이면 내일 당장 나랑 누나 사이에 자식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겠지. 안 그래?” “강주언 씨, 저희는 그런 의도가 아니라...” “어디서 들은 얘기야?” 갑작스러운 질문에 여자들은 말문이 막혀 서로 눈치만 주고받다가 결국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 광경을 보고 지켜보고 있는데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연아 씨, 박 대표님이 찾으세요. 여긴 제가 있을게요.” 고개를 돌리자 언제 나타났는지 임준호가 옆에 서 있었다. 나는 다시 그쪽 무리를 살폈지만 모두 강주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