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3화
박진섭의 말은 현실적으로는 믿기 힘든 얘기였다.
세상에 누가 모든 기억은 그대로인데 오직 특정한 몇 사람만 기억에서 싹 지워 버리는 일이란 있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바로 그랬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분명 뚜렷하다고 믿었던 기억들이 전부 흐릿해져 있었고 오래되어 희미해진 기억이라 치부하기엔 이상할 만큼 특정 부분만 비어 있었다.
그 공백 속엔 박진섭과 임준호가 있었다.
나는 갑자기 알 수 없게 혼란스러워졌다.
처음부터 내가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던 걸까? 아니면 죽었다 살아나 강씨 가문의 몸과 뒤섞이면서 기억이 어지럽게 변해 버린 걸까.
“어쩌면 강지연 씨는 일부러 널 잊은 게 아닐지도 몰라.”
나는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박진섭의 시선에 나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피했으며 순간 미묘하게 죄책감이 밀려왔다.
나는 박진섭을 잊어버렸고 지금은 또 강연아의 얼굴로 그의 곁에 남아 있다.
분명 내 복수를 위해 박진섭을 끌어들이는 건데 정작 나는 박진섭을 기억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입술을 달싹이며 이제 그만 나를 놓아 달라는 말을 수도 없이 삼키면서 끝내 밖으로 뱉지 못했다.
우선 지금 나는 강연아이기에 지금 입장에서 무슨 말을 해도 박진섭은 믿지 않을 거다.
둘째는 내 이기심이었다. 나 혼자서는 너무나 힘이 없었고 강유나와 송시후 뒤에는 강씨 가문과 송씨 가문이라는 두 거대한 가문이 버티고 있다. 나 혼자 덤벼든다면 시작도 못 하고 짓눌려 끝나버릴 게 뻔하기에 이 기회를 밀쳐낼 수는 없었다.
잠시 굳어 있던 공기를 깨뜨리듯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아까 그 두 사람, 강유나에 대해 더 아는 게 없었어?”
“응?”
박진섭은 생각에 잠겼다가 내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오히려 물었다.
“사람이 충격을 받으면 어떤 기억을 선택적으로 잊어버린다던데. 그런 말 들어봤어?”
“들어보긴 했는데 그럴 확률은 낮아. 강지연 씨가 집에 돌아오기 전 도대체 어떤 일이 강지연 씨를 그렇게 힘들게 했을까?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남길 만한 일이 있었던 걸까?”
박진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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