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2화
이 자리에 서 있는 사람들은 속에 알맹이가 있는지 아니면 텅 빈 껍데기인지 상관없이 적어도 모두 대외적으로 성공한 사회적 신분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겉으로 보기에 위풍당당해 보이지만 모든 것이 허공 위에 지어진 성처럼 불안했다. 이들을 마주했을 때 나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고 언젠가 구름이 흩어지는 순간 나 역시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혼자 왔나요?”
등 뒤에서 불쑥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사십 대로 되어 보이는 중년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유학자처럼 온화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풍겼고 안경 너머의 눈에는 잔잔한 웃음기가 담겨 있어 꽤 친근해 보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시죠?”
“나는 만성 그룹 사람입니다. 혼자 있는 걸 보니 데리고 온 사람은 어디 갔나요?”
“저는 혼자 왔습니다. 외삼촌의 초대장을 가지고 왔어요.”
“그렇군요.”
중년 남자가 안경을 밀어 올렸고 그의 시선이 내 얼굴에 머물자 나는 본능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마치 상품을 평가하는 듯한 시선이 불쾌했지만 기본적인 예의를 잃지 않으려고 그냥 자리를 피하려 했는데 그가 길을 막아섰다.
“이 연회는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외삼촌이 누구시죠?”
“강주언 대표님입니다.”
그 이름을 들은 순간 상대는 잠시 멍해졌다가 곧 웃음을 지어 보였다.
“강 대표님이라니. 겉보기에는 곧고 정직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사적으로는 이런 면도 있군요. 당신은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
아마 내 표정이 좋지 않다고 느꼈는지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오해하지 마세요. 저도 강 대표님의 명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강 대표님이 초대장을 건네며 여기로 오게 한 건 분명 어떤 기대가 있어서일 겁니다. 현재 하시고 있는 일이 무엇인가요? 어쩌면 서로 흥미롭게 대화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는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처음에 느껴졌던 온화하고 친절한 기운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오히려 독사가 혀를 날름거리는 듯 은밀하고 집요한 기운이 감돌았고 그의 차갑고 날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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