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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나는 죽었다. 남편 송시후에게 호텔에서 쫓겨나 비를 맞으며 동생 강유나의 생일 케이크를 사러 가던 밤,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다. 덥수룩한 수염의 남자가 나를 골목으로 끌고 가 불룩해진 배를 발로 걷어찼다. 나는 이미 임신 6개월이었다. 엄마의 본능으로 나는 배를 감싸 안았고 손등이 부러지는 고통 속에서도 필사적으로 놓지 않았다. 그 남자는 내 머리채를 잡아 벽에 사정없이 내리쳤다. “네년이 유나 남편을 꼬셔서 애까지 가진 거냐? 유나를 힘들게 하다니, 죽어 마땅해! 더러운 년! 네년이랑 뱃속의 잡종 새끼랑 모조리 다 뒈져야 돼!” 눈앞이 온통 붉게 물들고 정신이 혼미해진 나는 바닥에 쓰러져 신음했다. 살려달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극심한 고통에 신음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유나의 남편이라니... 그 남자는 내 남편이고 내 아이는 잡종이 아니야!’ 하지만 나는 입을 열 수 없었다. 그는 칼로 내 배를 갈라 이미 형체를 갖춘 아이를 끄집어내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채로 내 가슴 위에 던졌다. 그 아이는 희미하게나마 눈과 코의 윤곽을 알아볼 수 있었다... 나는 죽는 순간까지 눈을 감지 못했다. 내 눈에는 원망과 분노만이 가득했다. 폭우가 핏물을 씻어내고 내 영혼은 하늘에 둥둥 떠서 그가 검은 쓰레기봉투에 내 시체를 담아 끌고 가는 것을 지켜봤다. 칠흑 같은 골목은 고요해지고 더 이상 내가 죽었다는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 나는 내 영혼도 곧 사라질 줄 알았지만 갑자기 바람이 불어 송시후가 강유나의 생일을 축하하는 룸 문 앞으로 나를 데려갔다. 송시후는 강유나의 허리를 감싸고 애정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그녀의 중지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옆에 있던 사람들이 환호했다. “와, 저거 시후 형이 팔리에서 수십억 넘게 주고 경매해온 나미반지잖아! 그걸 유나에게 주다니! 쯧쯧, 아주 염장 지르는구먼.” “그럼 이건 생일 선물로 쳐야 해, 아니면... 큼큼?” 강유나는 주변의 장난에 얼굴을 붉히며 송시후 품에 파고들었다. “너희들이 그렇다면 그런 거지, 아무렴 어때.” 송시후는 그녀를 감싸며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신경 쓰지 마. 너 오늘 술 많이 마셨으니까, 이따가 따뜻한 우유 사줄게.” 강유나는 입술을 깨물며 그를 바라봤다. 눈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왜 나한테 이렇게 잘해줘?” 송시후는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당연하잖아.” 누가 봐도 완벽한 한 쌍이었다. 마치 나라는 법적인 와이프가 죽어도 아무런 영향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 가슴이 묵직하게 아파왔다. 나는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며 온몸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분명 내 남편인데 나를 사랑한 적이 없었고 온 마음은 동생에게 가 있었다. 나는 그를 10년이나 짝사랑했는데, 죽어서까지 그가 사랑하는 여인에게 반지를 끼워주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니. 마치 하늘이 나에게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똑똑히 깨닫게 해주려는 것 같았다... ‘날 사랑하지 않았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굳이 꼭 이렇게 내 진심을 짓밟아야 한단 말인가? 그리고 강유나... 네가 뭔데 이렇게 뻔뻔하게 내 남편을 가로채는 거야?! 날 죽인 남자도 너에게 홀려서 날 잔혹하게 살해한 거잖아?’ 죽을 때의 고통과 세상에 나오지 못한 아이를 생각하니 눈이 붉게 물들었다. 미친 듯이 달려들어 저주하고 울부짖었지만, 내 몸은 그저 송시후와 강유나가 껴안은 몸을 뚫고 지나갈 뿐이었다. ‘맞다, 나는 이미 죽었지.’ 그래서 아무리 분해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마비된 채 룸 위를 떠돌아다니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심지어 떠날 수도 없었다. 모임은 한참 후에야 끝났다. 송시후는 강유나를 부축하며 일어서려다 바닥에 닦이지 않은 케이크 얼룩을 발견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강유나는 그의 시선이 멈춘 것을 눈치채고 함께 그곳을 바라보았지만 어딘가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송시후의 팔을 더욱 꽉 끌어안으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시후 오빠, 지연이가 아직 안 돌아왔는데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닐까? 전화라도 한번 해보는 게 어때?” 말을 마친 그녀는 곧 죄책감에 젖은 눈으로 고개를 떨구며 덧붙였다. “지연이도 오해해서 케이크를 망친 걸 거야. 케이크 사러 내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분명히 화가 나서 돌아오지 않는 걸 거야.” 송시후는 휴대폰을 꺼내려던 손을 멈칫하고 얼굴을 굳혔다. “지연이가 무슨 자격으로 화내? 네 생일을 망친 건 걘데.” 그의 말투는 짜증과 혐오로 가득 차 있었다. “신경 쓰지 마. 무슨 일이야 있겠어? 그냥 나한테 삐쳐서 저러는 것뿐이야. 내버려 둬. 뭐든 다 뺏으려고 들어. 주제도 모르고.” 그 차가운 말들이 송곳처럼 내 심장을 꿰뚫었다. 나는 입을 벙긋거렸지만 어쩐지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내가 괜히 훼방을 놔서 당신 애인 생일을 망쳤다는 거지? 하지만 오늘이 내 생일이기도 하다는 건 잊었니?’ 강유나는 오후에 내게 전화를 걸어 송시후가 오늘 나를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터질 듯 설렜다. 결혼한 지 3년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다정한 눈길을 주지 않았다. 내가 아무리 애원하고 매달려도 늘 혐오스러운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그래서 아이를 임신하고 나서야 드디어 그가 나를 받아들이기로 한 줄 알았고 하트로 꾸며진 케이크를 보는 순간, 너무 감격해서 현실인지조차 의심스러웠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초를 꽂고 불을 붙였다. 송시후가 강유나를 데리고 들어올 때 나는 심지어 웃으며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송시후는 주먹을 꽉 쥐고 앙칼진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왜 여기 있어?! 왜 이 케이크를 열어본 거야!” 그는 미친 듯이 케이크를 바닥에 내던졌고 크림은 내 온몸에 튀었다. 그리고는 내 목을 거세게 졸랐다. 케이크는 강유나를 위한 것이었다. 그는 단 한 번도 내 생일을 축하해줄 마음이 없었다. 심지어 형식적으로라도 챙겨줄 가치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강지연, 넌 정말 징글징글하다! 왜 유나 생일까지 망치려고 발악하는 거야! 내 아이를 가졌다고 뭐라도 된 줄 알아? 네가 당장이라도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당장 나가서 다시 유나 생일 케이크를 사 와! 못 사 오면 다신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 나는 온통 크림투성이가 된 채 쫓겨나듯 그 룸을 나섰다. 강유나는 조롱기 섞인 눈빛으로 내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봤지? 네가 시후랑 결혼했어도 그 사람은 네가 아무것도 가질 자격 없다고 생각해.’ 내가 룸을 나설 때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송시후에게 기대어 말했다. “시후야, 나는 그냥 지연이도 불러서 같이 생일을 보내고 싶었을 뿐이야. 어쨌든 우리도 자매잖아... 왜 지연이는 나를 그렇게 싫어하는 걸까? 나는 정말 걔랑 잘 지내고 싶은데...” 송시후는 강유나를 다정하게 안아주며 나를 증오로 가득 찬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그것이 그가 나를 본 마지막 모습이었다. 당시 나는 그가 진심으로 내가 죽기를 바라고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았다. ‘분명 어릴 적 커서 나와 결혼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왜 갑자기 변해버린 걸까?’ 나는 비를 맞으며 케이크를 사러 나섰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라 문을 연 가게는 하나도 없었지만 나는 불룩한 배를 감싸 안고 필사적으로 가게들을 찾아 헤맸다. 심지어 작은 가게들도 놓치지 않았다. 그때 그 남자가 자신이 아는 개인 제과점이 있는데, 급하게 케이크를 만들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의 말을 믿고 그와 함께 골목으로 갔고 결국 스물네 살 생일날 죽음을 맞이했다. 송시후는 소원대로 된 셈이다. ‘그는 내 사망 소식을 듣고 어떤 표정을 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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