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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내 영혼은 여전히 떠나지 못하고 그를 따라 룸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12시가 되었지만 거실에는 여전히 불이 켜져 있었다. 나는 의아한 마음으로 송시후를 따라 들어갔고 식탁 위에 식어버린 음식과 미역국이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송시후의 할머니 김경애는 식탁 앞에 앉아 졸린 듯 눈을 감고 있었다. “할머니?” 송시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아직 안 주무셨어요?” 김경애는 깨어나 그가 혼자 돌아온 것을 보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물었다. “지연이는? 왜 같이 안 왔어?” 송시후는 김경애가 내 이름을 묻자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저랑 좀 다퉜어요. 신경 쓰지 마시고 일찍 주무세요.” “오늘은 지연이 생일인데, 또 괴롭힌 거야?” 김경애는 다급하게 말했다. “지연이는 아무리 화가 나도 내 전화를 안 받을 애가 아니야! 문자 답장도 칼같이 하는 아이인데! 내가 카톡으로 문자도 많이 보냈고 미역국을 만들어놨다고 보내기도 했는데 답도 없어.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어!” 김경애가 초조해하면서 손을 떨자 나는 울컥하며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잡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귀신은 음기가 강해서 몸에 안 좋다는 말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할머니가 아픈 건 싫었다. 내가 강씨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받아 돌아왔을 때 사람들은 보육원에서 자란 ‘강씨 가문의 천금’인 나를 촌스럽고 맹한 아이라고 수군거렸고 교양 있고 붙임성 좋은 양녀 강유나와 비교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김경애 할머니만은 나를 보자마자 손을 잡고 눈시울을 붉히며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냐고 다독여주셨고 나와 송시후는 어릴 적부터 정해진 인연이니 나중에 꼭 결혼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김경애 할머니를 정말 좋아했고 손주 며느리가 되고 싶었다. 송시후가 어릴 적 화재로 갇혔던 오두막에서 함께했던 그 남자아이였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그와 결혼하는 날을 더욱 기대하게 되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강씨 가문에서는 강유나를 송시후와 결혼시키려 했고 송시후 또한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강유나와 결혼하고 싶어 했다. 다만 김경애는 나를 며느리로 점찍었고 내가 진짜 강씨 가문의 딸이라며 나를 송씨 가문의 안주인으로 만들었다. 김경애가 그렇게 걱정하시는 모습을 보니 심장이 꽉 막힌 듯 답답하고 아팠다. ‘내 시체가 발견되면 할머니께는 숨기겠지? 내 일 때문에 할머니 건강이 나빠지시면 안 되는데...’ 송시후는 할머니의 말씀을 듣고 더욱 비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할머니를 걱정시키려고 일부러 저러는 거예요. 저한테 굽히고 들어오라고 압박하는 거라고요. 할머니가 그렇게 예뻐해 주시면 뭐해요? 조금만 힘들어도 뛰쳐나가서 할머니 속을 썩이는데. 신경 쓰지 마세요. 지치면 알아서 돌아올 거예요. 어디까지 가는지 두고 볼 겁니다.” 그는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가려 했다. 김경애는 화가 치밀어 가슴이 벌렁거렸다. “이 망할 놈! 지연이는 네 아내야! 뱃속에는 네 아이가 들어 있고!” 송시후는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그 여자를 아내로 원하지 않고 그 아이도 원하지 않아요. 그 여자가 뻔뻔하게 제게 약을 먹이지 않았다면 전 쳐다보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는 싸늘하게 내뱉고는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갔다. 김경애는 분을 참지 못하고 지팡이를 움켜쥔 채 그를 내려치려다 밥상에 놓인 음식들을 보고 눈물을 글썽였다. “지연이는 할미 걱정시킨다고 집 나갈 애가 아니야. 얼마나 착한 애인데, 너만 몰라주고 싫어하는 게지! 부처님, 제발 우리 지연이 무사히 돌아오게 해주세요...” 그녀는 휘청거리며 일어서더니 다시 도우미에게 전화를 걸어보라고 했다. 수화기 너머로 긴 신호음이 울렸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도우미는 김경애를 달래고 나서야 겨우 잠자리에 들게 할 수 있었다. 나는 멀리서 그녀가 약을 먹고 잠드는 것을 지켜본 뒤, 다시 송시후의 방으로 향했다. 뜻밖에도 그는 아직 잠들지 않고 불안한 듯 서재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다른 손으로는 휴대폰을 쥐고 있었다. 방 안 가득한 담배 연기를 바라보며 그의 화면을 훔쳐보니 내 카톡 화면이었다. 그는 나에게 음성 통화를 걸고 있었지만 오랫동안 음악만 흘러나올 뿐 아무도 받지 않았다. 지난 몇 년 동안 송시후가 내게 전화가 닿지 않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회사에서 일하는 중에도 받았고 샤워를 하는 중에도 받았으며 심지어 새벽 두 시에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데리러 오라고 해도 나는 번개처럼 전화를 받고 옷을 갈아입고 나갈 채비를 했다. 그래서 그의 얼굴이 눈에 띄게 더욱 굳어졌다. 다시 음성 통화를 걸었지만 내가 받지 않자 송시후는 재떨이에 담배꽁초를 거칠게 비벼 끄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책상 위의 물건들을 모조리 바닥으로 쓸어 던져 버렸다. [강지연, 안 돌아올 거면 영원히 돌아오지 마! 내가 네 비위를 맞춰줄 거라고 생각하지도 말고!] [내일 아침에도 집에 없으면 우리는 이혼이야. 네가 억지로 얻어낸 그 씨받이 같은 아이도 인정하지 않을 거야!] 그는 내가 이런 메시지를 보면 얌전히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예전에는 그가 이혼하자는 말을 할까 봐 정말 두려워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화면에 떠 있는 글자와 그의 차갑고 분노한 얼굴을 보니 뺨을 한 대 갈겨주고 싶을 뿐이었다. ‘나를 싫어하는 건 그렇다 쳐도 우리의 아이를 씨받이 같은 아이라고 하다니. 이런 쓰레기 같은 남자를 내가 그렇게 오래 좋아했다니...’ 송시후는 내가 송씨 가문 사모님 자리를 꿰차려고 일부러 그날 밤 술에 약을 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가 약에 취해 나를 덮친 것이었다.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나를 짓밟았고 찢어지는 고통 외에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제발 그만해달라고 애원했지만 소용없었다. 너무 웃기는 건 우리의 처음이자 마지막 밤에 그는 내 동생의 이름을 불렀다. “이혼? 해달라면 해줄게. 이제 네 이혼 협박에 넘어가지 않아.” 나는 조용히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나를 찾을 때쯤이면 네 아내라는 존재는 이미 없어졌을 테니까.” 그는 무언가를 감지한 듯 내 쪽으로 시선을 던졌지만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그와 시선을 마주하며 묘한 평온함을 느꼈다. 이미 죽었기 때문에 그가 어떻게 하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생각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는 곧 시선을 거두고 방으로 들어가 쉬려고 했다. 하지만 침대에 눕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강유나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그는 재빨리 전화를 받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유나야, 무슨 일이야?” 전화기 너머에서 강유나가 뭐라고 말하는지 희미하게 들렸다. 우는 소리도 들렸다. 순간 송시후는 주먹을 꽉 쥐더니 얼굴이 창백해졌다. “기다려, 지금 바로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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