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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모든 걸 굳이 대답을 직접 확인할 필요는 없어. 만약 만성 그룹 회장이 성하준과 관련된 사실을 알아낸다면 분명히 움직일 거야. 그러면 자연스럽게 어떤 상황인지 눈에 보이겠지.” 박진섭의 말을 들은 나는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잖아. 강지연 씨의 죽음이 강유나 씨와 송시후 씨와 관련이 있다고 의심했지만 지금까지 사주를 받은 사람뿐이지. 정작 배후에 있는 사람들은 멀쩡히 살아가고 있고.” “...” 박진섭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얼굴빛이 어두워진 채 고개를 돌려버렸다. 나는 그의 눈빛이 변한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 순간 내가 실수했다는 것도 깨달았다. “방금 말한 건 그냥...” “가서 물 좀 갖다줘.” 박진섭은 다급하게 내 말을 끊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주방으로 향했다. 물을 따르면서도 한참을 일부러 시간을 끌다가 조심스레 물잔을 들고 식탁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때, 바깥에서 통화하는 박진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물잔을 들고 발길을 돌리려다가 순간 내 이름을 듣고서는 멈춰 섰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나는 숨을 고르고는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몸을 숨긴 뒤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곧 박진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몰라. 강연아가 강지연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건 잘 알고 있어. 그런데 가끔은 강연아의 표정이나 태도가 강지연과 겹쳐 보일 때가 있어. 강씨 가문으로 돌아가기 전의 강지연 말이야.” 박진섭의 그 말을 들은 나는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나는 지금의 나와 강씨 가문에 있던 시절의 내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생각해 왔다. 겉모습이 조금 닮았다고 해도 강민수가 처음 착각했을 때 말고는 그 둘을 엮어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박진섭의 말은 오히려 지금의 내가 그가 알고 있던 ‘그때의 나’와 닮았다는 뜻 아니겠는가. 박진섭의 기억 속에서만 남아 있는, 내가 까맣게 잊어버린 그 시간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왜 나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심지어 박진섭의 존재조차 몰랐을까? 잡념을 애써 눌러 담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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