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3화
나는 정신을 차리고 이나은에게 말했다.
“그냥 사소한 개인적인 감정 문제야. 큰 문제는 아니니까,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 일단 너 먼저 데려다줄게. 네가 머물 곳에 필요한 것들은 다 준비해 뒀으니 그냥 들어가서 바로 살아도 돼.”
나는 내 일에 이나은까지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앞서 박진섭이 임준호더러 손희진과 이야기를 해 보라고 했는데 오늘 이런 상황을 보니 그 ‘감싸주기’ 시도가 그리 성공적이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이나은을 숙소로 데려다준 뒤 나는 박진섭의 집으로 가서 유은수에게 점심 도시락을 준비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걸 들고 박진섭의 회사로 갈 생각이었다.
부엌에서 도시락 준비를 마친 유은수가 걸어 나오며 웃으면서 말했다.
“요즘 너무 바쁜 것 같네요? 무슨 일을 하는 중이에요? 바쁘면 그냥 운전기사더러 가져다주라고 해도 괜찮을 텐데.”
“괜찮아요. 나도 회사에 갈 일이 있어서 그냥 그 김에 가는 거예요.”
“대표님 보고 싶어서 그러는 거죠?”
유은수가 농담조로 웃으며 말했다.
“전에도 말했잖아요. 두 사람...”
“이만 가볼게요.”
유은수의 말을 끊고 밖으로 나온 나는 곧장 회사로 향했다.
어제 임준호가 회사 프런트에 이미 얘기를 해 두었기 때문에 회사에 도착했을 때 프런트에서는 막지 않았다.
박진섭의 사무실 문을 두드린 뒤 안에서 박진섭의 무표정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문을 열고 들어갔다.
고개를 들어 나를 본 박진섭은 눈을 살짝 치켜떴다.
“왜 왔어?”
“점심 도시락 가져왔어.”
도시락통을 흔들어 보이며 옆 테이블에 올려놓은 뒤 박진섭의 책상 쪽으로 걸어갔다.
“너무 방해 안 할게. 너는 일이나 해. 나 좀 돌아다녀도 돼?”
박진섭은 나를 한 번 본 뒤 고개를 끄덕이며 ‘응’ 하고 대답했다.
몸을 돌려 나가려던 나는 갑자기 잡힌 손목에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순간 박진섭의 날카로운 눈빛과 마주쳤다. 박진섭이 나를 훑어보며 물었다.
“도시락을 주러 온 거야, 아니면 회사 구경하러 온 거야?”
잠시 생각하던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손을 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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