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3화
하지만 이 일은 관리사무소에 문의해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나은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그 사람들 이미 네가 여기 사는 걸 알고 있어. 나중에 다시 찾아올 가능성도 있고 위험 요소가 너무 많아. 어차피 우리 요즘 스튜디오 창업 준비 때문에 같이 지내야 하잖아. 내가 알아본 집도 방이 충분하니까 너 그냥 일단 나랑 같이 살자.”
내가 거절하려 할 때 박진섭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 집으로 갈 거예요.”
“내가 언제...”
나는 반박하려 했지만 박진섭의 걱정 어린 눈빛을 마주한 순간 말끝이 흐려졌다.
생각해보니 지금으로선 박진섭의 집으로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인 것 같았다.
이나은의 집으로 가면 또다시 강씨 가문 사람들에게 발각되어 이나은까지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집을 나설 때 박진섭은 운전기사에게 먼저 이나은을 집에 데려다주라고 지시한 뒤 나와 함께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전에 살던 방은 떠났을 때와 똑같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유은수는 내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반가운 듯 맞이했다.
“아가씨, 다시 돌아온 거예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위층으로 올라가 문을 열고 박진섭을 바라보는 순간 문득 묻고 싶은 말이 떠올랐다.
“너는...”
“왜?”
박진섭의 눈을 마주하자 문득 말문이 막혔다.
게다가 지금은 그런 걸 물을 상황도 아니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일찍 쉬어.”
“응.”
박진섭이 쉬러 간 뒤 나는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
문득 머릿속에 영감이 떠올라 그림 도구를 꺼내 종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장면들이 하나둘씩 떠오르며 그림처럼 펼쳐졌다.
밖이 어스름해질 무렵, 드디어 그리던 그림을 멈췄다.
눈이 피로해진 나는 책상 위에 가득한 그림들을 볼 겨를도 없이 그대로 침대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머리가 띵했다.
침대에서 일어나려는데 창밖으로 따스하고 부드러운 햇살이 한 사람의 뒷모습을 비추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박진섭이었다.
햇살을 등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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