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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박진섭은 곧바로 일어나 임준호를 데리고 뒤쪽 홀로 향했다. 앞쪽 홀에는 김경애와 송시후, 그리고 영혼의 형태로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만 남았다. 송시후는 박진섭이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자, 자신도 모르게 태도가 강경해졌다. 약간 협박조로, 송시후가 얘기했다. “할머니, 보세요. 박진섭도 이제 이 일에 신경 쓰지 않는데, 여기 남아 있는 것도 의미 없어요. 제 말 듣고 저랑 돌아가시죠. 나이가 많다고 이렇게 고집부리실 필요 있나요? 제가 할머니의 손자고, 앞으로 할머니를 돌볼 사람도 저예요. 그런데 할머니는 늘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만 신경 쓰시면서 저한테 화를 내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생각 안 해보셨어요?” “앞으로?” 김경애가 거만하게 고개를 들어 송시후를 내려다보며, 조롱 섞인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라니? 현재만 해도 너희가 내 손에 있는 걸 노리고 있잖아. 감히 나를 요양원에 가두기까지 했지. 나중에 내 손에 아무것도 없으면 길가에 내버려둘지도 모르는데, 내가 감사하다고 절이라도 해야 할까?” “할머니!” 송시후는 부끄러움과 분노가 섞인 얼굴로 소리쳤다. “지금 그런 말 해봐야 소용없어요. 어서 저랑 돌아가요. 안 그러면, 어쩔 수 없이 강압적인 방법을 쓸 수밖에 없어요.” “어떻게? 사람을 시켜서 날 잡아 가두려고? 넌 세상에 법이 없다고 생각해?” 송시후는 억지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할머니, 이건 제 효도예요. 갑자기 법은 왜 얘기하세요?” 김경애는 더 이상 송시후와 말싸움을 하지 않았다. 태도는 단호했고, 움직일 생각도 없었다. “네가 나를 데리고 돌아가고 싶다면, 조건이 있어. 지연이를 보고 싶어. 지연이를 만나게 해준다면 나는 내 손의 주식을 모두 너한테 줄 거야. 그러니 잘 생각해 봐. 만약 지금 나랑 연을 끊는다면 내 손의 주식은 다 다른 사람의 것이 되겠지. 어떻게, 내 요구를 들어줄래?” 송시후는 ‘주식’이라는 말을 듣고 표정이 순간 흔들렸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송시후가 물었다. “할머니, 진심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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