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화
나는 박진섭의 뒤에서 나와 이운재를 바라봤지만, 그의 모습을 본 순간 실망감이 들었다.
그 사람이 아니었다. 그날 밤 나를 죽인 그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아니라면 왜 전화번호가 이 사람의 것으로 확인되었을까?
혹시 이 사람에게서 어떤 다른 정보를 끌어낼 수 있을까? 연관된 인물을 찾아내는 게 최선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그의 전화번호가 무작정 남에게 사용될 리가 없지 않은가.
박진섭이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자 임준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 방금 물어봤는데 이 사람은 강유나와 아는 사이가 아니라고 합니다. 학창 시절에 겨우 이름만 들어봤을 뿐, 강유나 씨가 강씨 가문의 아가씨라는 것만 안다고 합니다. 이 사람의 가정 환경상 강유나 씨와 교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전화번호는 맞지만 자신이 사용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임준호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운재가 급히 말을 이었다.
“박 대표님, 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요. 정말 강씨 가문의 아가씨와 만난 적도 없는데 어떻게 그분과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겠어요?”
박진섭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려워하지 마. 난 그저 몇 가지 상황을 묻고 싶을 뿐이야.”
이운재는 두려움에 찬 눈빛으로 박진섭을 바라보며 그의 말 때문에 긴장을 풀지 않았다. 박진섭이 자신의 커리어에 흠집이 될 말을 할까 봐 두려워 빤히 쳐다봤다.
박진섭이 물었다.
“휴대폰을 분실한 적이 있어?”
“그렇다면, 신분 정보가 유출된 적이 없다고 확신할 수 있어?”
이운재는 입을 벌렸다 다시 다물며, 한참 만에야 대답했다.
“그건... 확신할 수 없어요. 요즘 인터넷에서 뭘 하려고 해도 신원 정보를 제출해야 하는데, 모든 플랫폼이 제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해줄 거라 장담할 수 없죠. 박 대표님도 아시다시피, 요즘 세상에 신원 정보란 가장 값싼 것이라 유출되기 쉬워요. 저는...”
이운재가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박진섭은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그건 나도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 당신이 나쁜 일을 하지 않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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